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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의 한민고등학교.

교사 A 씨는 한 여학생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합니다. 빈 교실, 교무실, 보건실 등 학교 안 곳곳에서 여학생의 신체를 거리낌없이 만졌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가는 게 허용되는 기숙학교. 24시간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학생이 교사의 범죄를 피하기도, 알리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도를 넘는 교사의 행동에 여학생은 참다못해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습니다. 부모는 즉각 경찰서에 교사를 신고했고, 학교에 찾아가 교장 등을 만나며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A교사는 결국 학교에서 파면됐습니다.

그런데 한민고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들을 취재하던 중 새로운 의혹을 알게 됐습니다. A교사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교장이 가해 교사가 장관 표창을 받게 해줬단 것이었습니다. 사실을 확인해봤습니다.

0000년 9월 24일,
경기도과학교육원이 한민고에 공문 한통을 보냅니다. OOO장관 표창 대상자를 통보하며, 수상자의 공적조서와 인사기록요약서를 작성해 제출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인 9월 25일,
성폭력 전담신고센터에 A교사의 성폭력 민원이 접수됩니다.

그리고 10월 1일,
피해학생 학부모는 학교에 직접 찾아와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날,
당시 한민고 교장은 공문 하나를 결재합니다. 1주일 전 수신했던 경기도과학교육원 공문에 따라 장관 표창 대상자의 공적조서를 제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OOO장관 표창을 받게 된 교사는 바로 가해교사인 A씨였습니다. 피해학생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자신을 만나기까지 했던 날, 교장은 그에게 장관 표창을 주는 공문을 결재한 것입니다.

한민고 관계자는 당시 이 교장에게 직접 들었던 말을 들려줬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람 왜 그랬대. 상이라도 줘서 내보내야 먹고 살지."

해당 교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당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부인했습니다.

지금 A교사는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교장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민고 교사였던 사실을 학원 광고에 내걸고 말입니다. 학원 측은 "A씨가 성추행으로 파면됐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다 지난 일을 왜 이제와서 다시 끄집어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한민고는 문제 교사를 파면까지 했지 않냐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따르던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던 교사는 사교육 1번지 학원가에서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장관 표창을 안겨줬던 교장은 지금 한민고의 학교법인에서 이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한민고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사건들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014년 개교 이래 지금까지 정식 징계를 받은 성추행 관련 사건만 6건에 달했습니다. 이중 3명의 교사는 파면됐고, 1명은 정직 후 권고사직, 1명은 정직, 1명은 감봉 처분을 받았습니다. 파면돼 학교를 떠난 교사도 있지만 여전히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도 있습니다.

A교사의 사례는 다 끝난 일이 아니라 성범죄에 무감각한, 한민고의 현실을 보여주는 겁니다.


한민고는 MBC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가 개교하여 모든 것이 정비가 되기 전인 초기에 발생한 사안으로 학교당국에서 철저히 교육하고 연수도 받게 하여서 예방 교육은 하였으나, 3명의 개인의 일탈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공론화돼 징계가 이뤄진 것만 이정도라는 것입니다. 한 졸업생은 보도 이후 MBC에 "취재진이 알고 있는 건 새발의 피"라고 말했습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학생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피해사례들은 무수히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피해를 입어도 학교에 신고하는 게 쉽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오히려 수시로 교무실에 불려가는 등의 방식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피해학생에게 교사가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하고, 가해 교사는 아무 징계없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기도 했습니다.

성비위 교사가 수업을 계속하는 게 문제없는지 묻는 MBC에 한민고가 보낸 해명입니다.

"교사가 반성하고 뉘우친다면 도덕상 문제가 있어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법률상 하자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교사들의 성범죄를 과연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는 걸까요? 학교와 교육당국은 제역할을, 제책임을 다하고 있는 걸까요? 경기도교육청은 MBC 보도 이후 파장이 커지자 다음달부터 한민고의 성비위 문제와 관련해 학생과 교직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료출처: 파주 한민고등학교 복무감사 결과 보고서(경기도교육청)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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