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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의아해했다. 미국 경제가 잘나가고 있는데 주식을 팔고 있었으니 말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얘기다. 버핏은 작년 하반기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대신 단기국채 등 현금성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불을 뿜자 미국 증시는 폭락했다. 주식부자들의 자산도 줄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2일 하루에만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은 110억 달러 감소했다. 2위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3위 마크 저커버그 메타 회장도 각각 159억 달러와 179억 달러 줄었다. 6위 부자 버핏은 달랐다. 오히려 127억 달러 늘었다. ‘과연 버핏’이라는 칭송이 따랐다. 그가 포트폴리오를 바꾸면 눈여겨봐야 한다는 교훈도 되새겨졌다.

지난 2020년에도 그랬다. 버핏은 그해 8월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각각 5% 이상씩 사들였다. 미국 주식 외에는 해외 주식에 별 관심이 없던 버핏이었다.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 효과로 살아나는 기미는 있었지만 코로나 창궐과 도쿄 올림픽 연기로 다시 주춤하던 때였다. 버핏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상사 지분율을 3년 후엔 각각 8% 이상으로, 4년 후인 작년 말에는 각각 10%에 육박할 만큼 늘렸다. 역시 적중했다. 일본 주가는 버핏의 투자 이후 30%가량 올랐다.

버핏이 일본 상사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본 종합상사는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 종합상사답게 국제 거래에서 큰손 역할을 한다. 아울러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버핏은 종합상사의 미래와 더불어 이들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 좋아질 것이라는 점에 베팅했다고 할 수 있다.

기업구조개혁은 아베노믹스 세 가지 화살 중 하나였다. 양적완화와 팽창재정에 묻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을 뿐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재임 중 스튜어드십코드(2014년)와 지배구조코드(2015년)를 차례로 도입했다. 기관투자가에 감시자 역할을 하도록 하고 기업에는 자사주 소각을 장려하는 등 시대에 맞게 변하라는 주문이었다. 이 정책은 아베가 물러난 뒤에도 이어졌다.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은 개선 계획을 내라’(2023년)고 권고하기도 했다.

현금을 내부에 쌓아두기만 하던 기업들은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을 늘리고 상호출자를 해소하는 한편 ROE(자기자본이익률) 중심 경영을 시도했다. 이른바 밸류업이 10여 년간 진행됐다. 효과를 눈여겨본 외국인들은 일본 증시에 몰리기 시작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는데 일본 자본주의가 실패한 게 아니라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바뀌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작년 2월 일본의 밸류업을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으로 1년 만에 없던 것이 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밸류업 압박에다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 등으로 더욱 움츠러들었다. 최근엔 관세전쟁, 중국의 기술 추월, 내수부진에다 국가 리더십 부재까지 겹쳐 사면초가 신세다. 기업들이 힘들어하다 보니 국운이 다했다는 비관론도 팽배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알아서 긴 안목을 갖고 조용히 변하는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에서 나오는 말을 빌리면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하면서 말이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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