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해진 불교'에 젊은층 열광…불교박람회 역대 최다 20만 찾아
'나는절로' 지원자 41% ↑…대학생 불교동아리 확산 추세
개그맨 윤성호 '뉴진스님'도 인기…"믿음 강요않고 절에 가면 힐링"
조계종, 신도·출가자 수 감소…"살아남으려면 문화적으로 소통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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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핸썹"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지난해 8월 8일 오후 벡스코에서 '2024부산국제불교박람회'의 공식 홍보대사이자 '힙한 불교'의 메신저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불경 EDM 디제잉 파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4.19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지난해 8월 8일 오후 벡스코에서 '2024부산국제불교박람회'의 공식 홍보대사이자 '힙한 불교'의 메신저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불경 EDM 디제잉 파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4.19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엄숙함을 내려놓고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처럼 종교를 개그 소재로 삼는 이들도 포용하는 모습이 그 자체로 '힙'해 보였어요."(33세 직장인 이유정 씨)
"불교는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언제든 편하게 왔다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30세 직장인 이은서 씨)
"'나'를 탐구하고 수양하는 불교의 교리가 요즘 젊은 세대가 원하는 삶의 방식과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불교박람회 굿즈는 개신교도인 저도 갖고 싶더라고요."(30세 직장인 김하린 씨)
'힙'해진 불교에 젊은 세대가 반응하고 있다. '힙하다'는 세련되고 현대적이란 의미의 은어다.
지난 1월 가수 제니가 불교의 '선'을 주제로 한 노래 '젠'(ZEN)을 발표하는가 하면, 같은 달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추천한 책 '초역 부처의 말'은 한동안 서점 베스트셀러였다. 이달 초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현장에서 티켓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화제가 됐다.
바야흐로 '힙(Hip)불교'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템플고시'에 참가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인스타그램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대한불교조계종 인스타그램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19일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 3∼6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방문객 수는 20만명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의 약 2배 수준이다.
개막 전 사전등록자가 4만명을 넘겨 조기 마감됐으며, 행사 당일에는 수용 한도를 넘어서는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방문객이 입장도 못 해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올해 박람회는 '너의 깨달음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업사이클링, 차, 수행의식, 의류, 공예, 식품 등 총 481개 부스로 구성됐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불교 개념을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풀어내 불자가 아니어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의를 입고 직접 관에 들어가 보는 웰엔딩(Well-ending) 임종 체험, 스님이 머리를 잘라주며 법명을 지어주는 출가 체험, 초롱등·염주 만들기 등 불교의 교리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부스가 마련돼 인기를 끌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불교 감성이 녹아든 상품들이었다.
재활용 플라스틱 키링에는 '플라스틱의 윤회'라는 이름이 붙었고, 전시자들은 '불법'(佛法) 안내문을 나눠주며 교리를 설파했다.
불교박람회에서 판매된 굿즈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극락도 락(rock)이다'·'멍 때리는 게 아니라 명상 중이야'·'모든 것은 변한ㄷr' 등 재치 있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와 티셔츠는 일찌감치 동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스님들도 디저트를 팔며 '한입에 극락으로' 보내주겠다는 메시지를 내걸었고, 보디빌딩한 듯 우락부락한 몸을 자랑하는 스님의 모습을 입간판으로 세워 식물성 우유를 파는 부스도 있었다.
주최 측의 유쾌한 불심에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cr***'는 "가족이랑 무소유 하러 갔다가 풀소유하고 왔다"고 적었고, 또 다른 이용자 'hi***'도 "줄이 너무 길어서 입장 전부터 번뇌가 쌓였다"고 재치 있는 후기를 남겼다.
불교박람회를 총괄한 장영섭 불교신문 부장은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기 이전에 인류가 만든 최고의 지혜"라며 "관람객들이 딱딱한 책 읽듯이 불교를 접하기보다 와서 '불교 놀이' 한번 재밌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람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역할수행게임(RPG) 게임에서 착안해 관람객들이 박람회장을 돌며 팔정도(八正道·깨달음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 미션을 수행하도록 구성한 것도 그러한 목적의 일환이다.
장 부장은 "불교에 대해 예스럽고 낡은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 박람회를 통해 그 틀을 깨고 싶었다"며 "알고 보면 불교가 굉장히 에너제틱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종교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보디빌딩 스님을 입간판으로 세운 식물성 우유 브랜드
[엑스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엑스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최근 조계종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늘리며 '젊고 활기찬 종교'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과거에는 박람회 방문객이 주로 신도였지만 작년부터 입소문이 퍼져 20·30세대 방문객이 많아졌다"며 "박람회 구성도 방문객 연령 변화에 맞춰서 다채롭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불교박람회에는 '뉴진스님'이라는 부캐릭터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가 "부처핸썹"을 외치며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디제잉을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박람회에 대해 "포교나 강요 없이 나이·성별·국적 등 그 무엇도 차별하거나 구분하지 않았다"(엑스 이용자 'me***') 등의 후기가 올라왔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최한별(19·무교) 씨는 "주변 친구들 보면 다들 불교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템플스테이를 가는 친구들도 있다"며 "교회처럼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절에 오면 힐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획은 없지만 이렇게 점점 관심을 갖다 보면 불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다른 종교보다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직장인 이유정(33·무교) 씨는 "불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뉴진스님을 보고 처음으로 반야심경 뜻을 찾아보게 됐다"며 "권위를 세우지 않고 친밀하게 젊은 층에 다가가려는 모습이 다른 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별점"이라고 짚었다.
또 직장인 이은서(30·무교) 씨도 "바쁜 일상에서 웰니스(Wellness)를 찾으려는 이들이 많은데 불교는 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교박람회 스티커 굿즈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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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주관하는 남녀미팅 템플스테이 '나는절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여섯 차례의 '나는 절로'에는 3천400여명이 지원서를 냈고 160명이 참가했다.
재단이 18∼19일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개최한 올해 첫 '나는절로' 지원자는 총 1천332명으로, 작년 11월 진행된 '나는절로, 백양사' 지원자 수(947명)보다 41% 늘었다.
관계자는 "당초 남녀 10명씩 총 2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신청자가 많아 12명씩 총 24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불교 인기와 함께 대학생 불교 동아리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불교대학 동국대에는 총 14개의 단과대 불교 동아리가 새로 생겼다.
학생들은 템플스테이, 법회 등 전통적인 불교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각 단과대 특성을 살린 법률상담 봉사, 불교 조각·건축 등 예술 특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조계사를 찾은 젊은이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청년들의 모습. 2024.4.19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청년들의 모습. 2024.4.19
조계종의 이러한 '힙한 불교' 움직임 배경에는 신도 및 출가자 수 감소가 자리한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해 행자 생활을 마치고 조계종에서 사미계 혹은 사미니계를 받은 출가자 수는 81명으로, 10년 전의 226명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탈종교화 추세에 따라 불교도 인구 비중도 줄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성인 중 22%가 불교도였으나 2021년 16%로 축소했다.
장 부장은 "불교박람회가 하나의 플랫폼으로써 불교의 맛을 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면, 이들을 신도로 이끌어가는 것은 종단 차원의 다른 행사나 절에서 길을 다져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교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유통·거래되어야 하고 문화적으로 소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감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양 낙산사서 만난 견우와 직녀
(양양=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한 '나는 절로, 낙산사' 참가자들이 지난해 8월 9일 강원 양양군 낙산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4.19 [email protected]
(양양=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한 '나는 절로, 낙산사' 참가자들이 지난해 8월 9일 강원 양양군 낙산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4.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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