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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X를 담아, 당신에게>
영화 <X를 담아, 당신에게>. 왓챠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1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학창시절 ‘행운의 편지’를 받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이 편지는 며칠 안에 해당 내용을 복사해 여러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죠. “말도 안 돼!” 라며 넘기기엔 꺼림칙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 <X를 담아, 당신에게>는 1920년 영국을 뒤흔든 욕설 편지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영화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영국 해안 마을 리틀햄프턴에 거주하는 이디스 스완(올리비아 콜맨)은 익명의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에는 “넌 지옥에 떨어질 거야”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저주와 함께, 입에 담지 못할 외설적인 욕설이 가득합니다. 이 같은 편지가 계속되자 수신자인 스완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들까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스완은 ‘정숙한 여성’입니다. “심판자는 오직 한 분”이라 믿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자,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두고 비웃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입니다. 스완의 가족과 경찰은 옆집에 사는 로즈 구딩(제시 버클리)을 범인이라고 의심합니다. 스완 가족이 자신을 가정 폭력으로 신고했다고 오해한 구딩이 이에 앙심을 품고 욕설 편지를 보냈다고 추측하죠.

구딩은 스완과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온 이민자로,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할 말 다 하는’ 여성입니다. 그는 “남자가 여럿 있다”며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죠. 스완 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구딩은 “욕을 입에 달고 살고 머리는 늘 산발에 안식일에 맨발로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여성입니다.

구딩은 본인이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어 감옥에 갇힙니다. ‘젊고 예쁜 여성 교인을 극심한 고통에 몰아넣고 괴롭힌 혐의’로 말이죠. 보석금을 대신 내준 이웃들 덕에 일단 감옥에서 나온 구딩은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구딩은 마을의 한 경찰관에게 진범을 함께 찾자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 경찰관은 자신을 “여성 경찰관 모스”라고 소개합니다. 구딩이 “너무 길어. 모스 경찰로 할게”라고 하자, 그 경찰관은 “여성 경찰관 모스”라고 재차 말합니다. 구딩은 이렇게 맞받습니다. “여자인 거 누가 몰라?” 영화는 192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구딩의 대사는 2025년 한국에도 유효합니다. 직업 앞에 불필요한 ‘여(女)’를 붙이는 일이 아직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죠.

구딩은 정말 편지를 보내지 않았을까요?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진범은 누구일까요. ‘여성 경찰관 모스’는 영화 말미에 자신을 “경찰관 모스”로 소개합니다. 모스가 자신을 ‘여성 경찰관’에서 ‘경찰관’으로 정의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구딩은 자신의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이 X 같아도 이겨내.” 1920년대 거친 세월을 견딘 여성들의 편지가 시작됩니다.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러닝타임 100분.

영화 <X를 담아, 당신에게>. 왓챠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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