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수건 생산지, 허베이성 가오양현
무역 전쟁에 美 수출 중단, 상점 대거 휴업
원가 낮추고 마진 포기해 버티지만 곧 한계
“올해 들어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으로 들어가는 1200만위안(약 23억원)짜리 계약을 따냈어요. 평소 800만~900만위안(약 16억~18억원) 계약에 비하면 큰 건이었죠. 수출 회사가 반드시 공급일을 맞춰달라고 해서 이를 보장해 주기로 했는데, 최근 연락이 와서는 며칠 내로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들이 물건을 (미국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창고에 이렇게 쌓아둘 수밖에 없어요.”
지난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200여㎞ 떨어진 허베이성 바오딩시 가오양현의 한 수건 공장. 1990년대부터 30년가량 수건을 만들었다는 이곳 치쉬둥 공장장은 수백여개의 박스와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수건 더미 앞에서 “이게 다 미국으로 가야 할 물건인데, 관련 작업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월 매출 600만위안(약 12억원) 규모의 이 공장에게 1200만위안짜리 계약은 호재였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된 지금, 이는 악재가 돼 이 공장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125% 관세로 반격하면서다. 트럼프는 앞으로 3~4주 이내에 중국과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양국 간 최악으로 치달은 감정이 빠르게 진정되고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사이 수출에 기대던 중국 중소 공장들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황량한 도매 거리… “인건비 줄이고 원가 낮춰야 관세 겨우 상쇄”
이날 찾은 가오양현의 수건 도매 거리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가오양현은 중국 최대 방직 산업 근거지로, 지난해 말 기준 약 4200개의 관련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건만 매년 50억장에 달하는데, 중국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문을 연 도매상 한 곳은 “요즘은 보통 오후 들어서나 슬슬 가게 문을 연다”며 “불경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쳐 일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중국 방직 산업에 치명적이다. 중국방직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섬유제품 수출액은 484억9000만달러(약 69조원)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2022년(-1.09%), 2023년(-2.38%) 2년 연속 역성장 끝에 반등이었다.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11.1%)과 유럽연합(EU·9.49%) 수출이 늘어난 덕이었는데, 이 미국 수출이 고스란히 줄어들게 된 것이다. 도매상 위왕춘씨는 “미국과 EU에 공급하는 제품의 마진율이 높은 편”이라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 수출 고객이 많은 공장과 도매상들은 이익을 포기하고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오양현 최대 섬유 도매상가인 ‘가오양상업무역성’에 입주해 있는 진줸씨는 이날 “모두가 원가를 낮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장은 인건비를 줄여 원가를 낮추고, 도매상인 우리와 (여기서 물건을 사가는) 수출상들도 가격을 내려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관세를 겨우 상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치 공장장은 “(영업을 맡고 있는) 아내에게 일단 돈이 안 남더라도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과 계획을 모두 맞춰주라고 했다”며 “한두 달 동안 돈을 못 벌어도 상관없다. 공장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미·중 무역전쟁 국면을 장기간 견뎌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물량을 대체할 고객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치 공장장만 해도 전체 생산량 중 미국 수출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당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중국이 초대형 경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내수 시장을 띄우고 있지만, 이날 만난 도매상과 공장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는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도매상은 “국내 시장의 경우 (소비 부진으로 인해) 가격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신발·모자·직물의 1인당 소비 지출액은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중소 공장들의 비명은 가오양현을 넘어 전국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 등 주요 수출 지역 공장들이 노동절(5월 1일) 연휴부터 조업을 중단하고 대거 장기 휴가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한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직원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친인척과 지인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장성과 장쑤성, 광둥성 등의 무역업체 공장에서 10년 넘게 관리자로 일했다는 천샹씨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제 상황은 수십년간 없었다”고 했다.
미·중 무역 전쟁은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 15일 트럼프 취임 전 부과된 품목별 관세까지 포함하면 대(對)중국 관세가 최대 245%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지난 17일 “만약 미국이 계속해서 관세 숫자놀음을 한다 해도 무시할 것”이라며 “미국이 고집스레 중국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계속 침해한다면 중국은 단호히 반격하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의 항복 선언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역 전쟁에 美 수출 중단, 상점 대거 휴업
원가 낮추고 마진 포기해 버티지만 곧 한계
“올해 들어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으로 들어가는 1200만위안(약 23억원)짜리 계약을 따냈어요. 평소 800만~900만위안(약 16억~18억원) 계약에 비하면 큰 건이었죠. 수출 회사가 반드시 공급일을 맞춰달라고 해서 이를 보장해 주기로 했는데, 최근 연락이 와서는 며칠 내로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들이 물건을 (미국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창고에 이렇게 쌓아둘 수밖에 없어요.”
지난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200여㎞ 떨어진 허베이성 바오딩시 가오양현의 한 수건 공장. 1990년대부터 30년가량 수건을 만들었다는 이곳 치쉬둥 공장장은 수백여개의 박스와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수건 더미 앞에서 “이게 다 미국으로 가야 할 물건인데, 관련 작업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월 매출 600만위안(약 12억원) 규모의 이 공장에게 1200만위안짜리 계약은 호재였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된 지금, 이는 악재가 돼 이 공장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125% 관세로 반격하면서다. 트럼프는 앞으로 3~4주 이내에 중국과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양국 간 최악으로 치달은 감정이 빠르게 진정되고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사이 수출에 기대던 중국 중소 공장들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가오양현의 한 수건 공장. 미국 아마존에 공급돼야 할 수건들이 채 완성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다./이윤정 기자
황량한 도매 거리… “인건비 줄이고 원가 낮춰야 관세 겨우 상쇄”
이날 찾은 가오양현의 수건 도매 거리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가오양현은 중국 최대 방직 산업 근거지로, 지난해 말 기준 약 4200개의 관련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건만 매년 50억장에 달하는데, 중국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문을 연 도매상 한 곳은 “요즘은 보통 오후 들어서나 슬슬 가게 문을 연다”며 “불경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쳐 일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중국 방직 산업에 치명적이다. 중국방직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섬유제품 수출액은 484억9000만달러(약 69조원)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2022년(-1.09%), 2023년(-2.38%) 2년 연속 역성장 끝에 반등이었다.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11.1%)과 유럽연합(EU·9.49%) 수출이 늘어난 덕이었는데, 이 미국 수출이 고스란히 줄어들게 된 것이다. 도매상 위왕춘씨는 “미국과 EU에 공급하는 제품의 마진율이 높은 편”이라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18일 찾은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가오양현에 있는 수건 도매상가 내부. 대부분 문을 닫았다./이윤정 기자
미국 수출 고객이 많은 공장과 도매상들은 이익을 포기하고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오양현 최대 섬유 도매상가인 ‘가오양상업무역성’에 입주해 있는 진줸씨는 이날 “모두가 원가를 낮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장은 인건비를 줄여 원가를 낮추고, 도매상인 우리와 (여기서 물건을 사가는) 수출상들도 가격을 내려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관세를 겨우 상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치 공장장은 “(영업을 맡고 있는) 아내에게 일단 돈이 안 남더라도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과 계획을 모두 맞춰주라고 했다”며 “한두 달 동안 돈을 못 벌어도 상관없다. 공장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미·중 무역전쟁 국면을 장기간 견뎌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물량을 대체할 고객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치 공장장만 해도 전체 생산량 중 미국 수출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당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중국이 초대형 경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내수 시장을 띄우고 있지만, 이날 만난 도매상과 공장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는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도매상은 “국내 시장의 경우 (소비 부진으로 인해) 가격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신발·모자·직물의 1인당 소비 지출액은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18일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가오양현 수건 도매 거리. 열려있는 상점이 거의 없다. /이윤정 기자
중국 중소 공장들의 비명은 가오양현을 넘어 전국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 등 주요 수출 지역 공장들이 노동절(5월 1일) 연휴부터 조업을 중단하고 대거 장기 휴가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한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직원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친인척과 지인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장성과 장쑤성, 광둥성 등의 무역업체 공장에서 10년 넘게 관리자로 일했다는 천샹씨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제 상황은 수십년간 없었다”고 했다.
미·중 무역 전쟁은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 15일 트럼프 취임 전 부과된 품목별 관세까지 포함하면 대(對)중국 관세가 최대 245%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지난 17일 “만약 미국이 계속해서 관세 숫자놀음을 한다 해도 무시할 것”이라며 “미국이 고집스레 중국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계속 침해한다면 중국은 단호히 반격하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의 항복 선언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