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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았습니다.

12명의 변호인단이 윤 전 대통령을 포위하듯 둘러싼 형태였지만, 대부분의 시간 직접 마이크를 쥔 건 윤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때로는 손을 '휘휘' 저어 가며, 때로는 주먹을 '탕탕' 내리치며 93분 동안 스스로를 변호했습니다.

첫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의 말을 키워드로 살펴봤습니다.

■'경고성'·'호소용' 계엄에 이은 '메시지 계엄'

"저는 군인은 어디에 가든지 반드시 총을 들고 다니지만, 절대 실탄 지급하지 말고 실무장 하지 않은 상태로 투입하되, 민간인과 충돌은 절대 피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장기간이든 단기간이든 군정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게 자명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 1차 공판 中>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변론을 펼치며 '메시지 계엄'이란 표현을 6차례나 사용했습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경고성', '호소용' 계엄이었단 주장을 반복해 왔는데, 새로 등장한 표현입니다.

표현만 바뀌었지 취지는 같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 '군정 쿠데타'와 자신의 '메시지 계엄'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먼저 군대를 동원해 선제적으로 상황을 장악하고 나서 계엄을 선포했는데, 저는 계엄을 선포하고 난 후에 실무장 하지 않은 소수의 병력을 이동시켜 질서 유지에 투입했다"고 항변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목적에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이 없었음을 강조하는 주장입니다.

같은 주장에 대해 헌재는 앞서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단지 '경고성'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에서 오히려 군사상 필요와 같은 계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난센스' 또 '난센스'…검찰 발표 자료 한 쪽씩 반박

윤 전 대통령은 120쪽에 달하는 검찰의 발표 자료를 한 쪽씩 넘겨가며 반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난센스'란 표현도 6차례 사용했습니다.

먼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아주 심도 있게 들어, 역대 어느 국무회의보다 논의가 활발했다"며 (절차에) 하자가 있냐 없냐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습니다.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국무회의) 시작과 종료 자체가 없었다"며 "국무회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과 상반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또 형식적인, 또 실체적인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국회를 무력화시킨 뒤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고자 했단 검찰 공소사실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서 국회를 없애려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헌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쿠데타를 한다는 거면, 이걸(이른바 '비상입법기구 쪽지') 국무회의를 하면서 경제 장관에게 준다는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습니다.

경찰을 동원해 국회 봉쇄를 지시했단 지적도 "초기에 (경찰) 3백 명, 나중에 1천 명 갖고 국회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고 봉쇄한다는 건 난센스"라며 "엄연히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담 넘는 사진을 찍는 쇼'를 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홍장원 진술은 '새빨간 거짓말', 곽종근 진술은 '오염'

"(국정원) 1차장은 대통령 전화 받으면 상당한 격려로 알기 때문에 전화했고, 제가 늘 국정원에 얘기한 '방첩사가 간첩수사 잘할 수 있게 도와줘라' 하는 그런 차원의 얘기를 했습니다. (중략) 제가 홍장원에게 '누구 체포하라' 또는 방첩사령관을 통해서 '누구 체포하라' 했다는 건 전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곽종근 사령관의 경우 헌재 심리를 통해 그야말로 재판관들의 예리한 질문도 많이 받았고 또 여러 가지 내용을 다 보셨을 겁니다. 오염된 증거고, 나중에는 통화 내용도 터져 나오고 했는데…."

<윤 전 대통령, 1차 공판 中>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되풀이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체포 지시가 아닌, 격려 차 전화였다는 주장입니다.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단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이 정치적으로 오염됐단 주장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꼽은 진술을 헌재는 파면을 결정하며 모두 인정한 바 있습니다.

형사재판은 탄핵심판에 비해 증거능력을 더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탄핵심판이 일종의 징계 절차인 데 반해 형사재판은 형벌을 부과하기 때문인데, 윤 전 대통령이 헌재가 한 차례 배척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재판의 성격도, 담당 법관도 다르니 같은 주장을 반복해 다른 판단을 구해보고자 한다는 겁니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구성하는 주요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해, 이 부분을 제외하고 새로운 변론을 펼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단 분석도 있습니다.

■"이래서 재판 되겠냐"…'친정' 검찰 비난도

"재판장님, 내가 시작이니까 말씀드리는데 유죄 입증이 검찰에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만 그래도 재판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공소장이 난삽하고 증거라는 것도 어느 정도 될만한 거 딱 골라서 던져줘야 그거 가지고 인부를 다투든지 하지 (중략) 이래가지고 재판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정리를 좀 해달라는거죠."

<윤 전 대통령, 1차 공판 中>

자신이 약 26년간 몸담고 수장까지 한 검찰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갔습니다.

공소사실에 "초기 '내란몰이' 과정에서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진술한 부분이 검증 없이 많이 반영됐다"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재판장을 향해 "(공소장이) 난삽해서 어떻게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냐", "이래가지고 재판이 되겠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재판부 노고를 알아달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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