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와 미국, 우크라이나와 영국·독일 고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한 릴레이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다가올 미국·이란 핵 협상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였다.
영·프 주도 ‘의지의 연합’과 미국 첫 고위급 대화 물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와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 방안을 논의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영국·프랑스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위해 주도하는 ‘의지의 연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간의 사실상 첫 고위급 대화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의를 마친 후 소셜미디어 엑스에 “오늘 휴전과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모두가 평화를 바라는 강한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켈로그 특사도 “매우 생산적인 논의였다”고 화답했다.
유럽 국가 대표자들은 미국이 러시아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완전한 휴전 합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속히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8일부터 30일간 에너지 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휴전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일시 휴전 종료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엑스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며 “전면적인 휴전 이행, 다국적 군부대의 참여, 우크라이나를 위한 효과적인 안보 체제 구축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하면서 파리 회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5개국은 다음 주 런던에서 다시 만나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아바스 아라히치 이란 외무장관과 카젬 잘랄리 러시아 주재 이란 대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러시아 만나 ‘핵 협상’ 논의
미국과 핵 협상 대화를 진행 중인 이란은 러시아와 논의를 이어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서한을 전달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이 미국·이란 핵 협상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라그치 장관은 “항상 러시아와 핵 문제를 긴밀히 논의해왔다”고 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핵 프로그램 협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인 칼리드 빈살만 왕자도 이날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만났다. 빈살만 장관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메시지를 하메네이 측에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2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1차 핵 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오는 1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2차 협상을 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계획을 미국이 중단시켰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두고 “내가 중단시켰다고 말하진 않겠다”며 “나는 그것(공격)을 서두르지 않는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