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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자들 모인 ‘자유대학’
건대입구역 인근서 집회 후 행진
마라탕 가게 종업원에 욕설·폭언
1명 병원행…상인들 “서럽고 화나”
전문가들 “혐오 표현 통제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구성된 ‘자유대학’이 주최한 ‘사전투표 폐지·부정선거 검증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양꼬치거리 일대에서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김태욱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구성된 자유대학이 지난 17일 밤 서울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이른바 ‘윤어게인’(Yoon again·윤석열을 다시)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해산한 뒤에도 몰려다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 앞에서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 등의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이어갔고 종업원들과 충돌했다. 한 가게의 중국인 점원은 병원에 이송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우 집회에서 ‘중국 혐오’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동포들이 밀집 거주하는 지역에서 극우 시위대가 주민들과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가 2010년대 일본의 코리아타운에서 있었던 일본 극우 단체의 ‘혐한 시위’ 양상과 닮아간다고 우려했다.

이날 자유대학 주최로 열린 ‘윤어게인’ 집회 참여자 12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서울 성동구 뚝섬역에서 광진구 건대입구역까지 행진하며 “반국가세력 척결하라” “사전투표 폐지하라” 등을 외쳤다. 신고된 집회 시간이 끝나자 주최 측은 “해산하자. 피켓 들고 다니면서 술도 한잔하시고 건대를 윤어게인으로 물들이자”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구성된 ‘자유대학’이 주최한 ‘사전투표 폐지·부정선거 검증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양꼬치거리 일대에서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김태욱 기자


집회 참여자 200여명은 귀가하지 않고 북을 치며 건대입구역 인근의 골목길로 향했다. 주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밀집한 이른바 ‘양꼬치 골목’이 있는 곳까지 1㎞가량 행진이 이어졌다. 기자가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에게 “이들이 차이나타운으로 가는데 충돌 가능성 있는 거 아니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지켜는 볼 건데, 집회 후 해산하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답했다.

행진 도중 양꼬치 골목 내 마라탕 가게 종업원과 충돌하기도 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마라탕집 종업원이 만두찜기를 던지고 X발 등 욕설을 뱉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시위 참여자와 유튜버 등 20~30여명이 가게 앞으로 모여 “중국 돌아가” “한 달 동안 여기서 집회해야겠다” 등 욕설과 폭언을 쏟아냈다. 시위 참여자들은 가게 앞에서 1시간 넘게 “불법체류자 같다” “중국으로 가라” “여기서 한 달간 집회 신고를 하겠다”는 등을 외쳤다.

이 가게 사장은 “우리가 먼저 무슨 행동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 직원이 아예 밖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했다. 해당 가게 중국인 직원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제지하면서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 소식은 곧장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다. 해당 가게 사장에 대한 개인정보를 찾고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파묘’ 행위로도 이어졌다. 지도 애플리케이션 ‘카카오맵’의 이 가게 페이지에는 ‘열등한 중국인 주제에 한국인에게 이러냐’ ‘중국인 주제에 왜 한국에 빌붙어 사냐’ 등 혐오 발언과 함께 ‘별점 테러’가 이어졌다. 디시인사이드에서도 ‘건대 언제 중국인한테 잡아먹혔냐’ ‘대림 차이나타운도 행진 안 하냐’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인근 상인들은 “서럽고 화난다”고 호소했다. 인근 양꼬치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원 A씨는 “중국 속담에는 죽으라는 것보다 가라는 게 더 서럽다는 말이 있다”며 “세금도 열심히 내고 문제도 안 일으키며 열심히 사는데 중국 가라고 난리를 치니까 참 마음이 상한다”고 했다. 다른 식당에 일하는 직원 B씨는 “화가 많이 나고 속상하기도 했다”며 “근데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안 좋다고 해서 뭐 대응할 방법이 있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가 2010년 초 일본의 코리아타운에서 빈발한 ‘혐한’ 집회와 유사해지고 있다고 봤다. 2013년 일본의 극우 단체인 재특회는 도쿄 신주쿠의 코리안타운에서 “한국인은 돌아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는 등 대대적인 ‘혐한 시위’를 벌였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여태껏 혐중의 양상을 보면 처음엔 혐오 발언 등 언어적인 방법으로 나타나다가 어느 순간 물리적 폭력이나 위협으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별점 테러’에 그치지만 어느 순간 현실에서의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에 대한 사전 규제를 가능케 하는 혐오표현 금지법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광진구, 영등포구 등 이주민밀집 지역에 조례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집회 현장에서 혐오 표현이 난무할 때 경찰이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물리적 폭력과 달리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경찰이 혐오 발언이 나오는 집회에 대한 모임 해산 등 예방적 차원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를 마친 이들이 해산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예상치 못한 충돌이 있었다”며 “건대입구역 인근과 양꼬치 골목이 있는 자양동 일대에 기동순찰대를 추가로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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