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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 18일 기자간담회 개최
소아 중환자실 등 긴급 소아진료시스템 소개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 대표원장이 18일 새롭게 마련한 중환자실 병상과 고유량 산소치료기, 인공호흡기를 소개하고 있다. 안경진기자

[서울경제]

"우리 애가 숨을 잘 못 쉬는 것 같아요. "

이달 2일 생후 2개월 된 남자아이를 안은 A씨가 황급히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튼튼어린이병원을 찾았다. A씨에 따르면 최근 아이는 다른 병원에서 급성 모세기관지염과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진단됐다. 의료진이 황급히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니 기침, 고열 등 단순 감기 증상 외에도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호흡음(wheezing)과 함께 쇄골 위와 가슴이 들어가는 흉부함몰(retraction)이 관찰됐다. 당시 산소포화도는 85~90% 사이를 오르내렸다. 입원과 동시에 진행한 혈액검사 결과 혈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50가까이 오르면서 산도(pH)가 7.28까지 떨어지고 심장기능의 지표인 Pro-BNP 수치가 4800 수준까지 오른 것을 확인한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 대표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즉시 병실 내 설치된 '산소밸브'(Wall O2)를 연결해 산소 공급을 시작했다.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배출되지 못해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발생하는 호흡성 산혈증(Respiratory Acidosis)의 전형적인 증상이었기 때문이다. 꼬박 이틀동안 전용 라인을 통해 산소공급과 분무치료(네뷸라이저)를 병행한 결과 아이의 산소포화도는 98~100%로 회복됐다. 이틀 더 격리 병실에서 노로바이러스 치료와 간헐적 산소공급, 분무치료를 병행하고 나니 쌕쌕거리던 호흡음과 흉부함몰 증상도 점차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숨쉬는 게 한결 편해진 덕분일까. 아이의 식사량이 늘고 잠을 설치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A씨는 입원 6일만인 8일 건강을 회복한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튼튼어린이병원이 소아청소년병원 중 처음으로 중환자실을 마련하는 등 준중증 소아 환자 진료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가능했던 성과다.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 대표원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긴급 소아진료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안경진기자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 원장은 18일 경기 의정부 본원에 기자들을 초청해 최근 구축한 긴급 소아진료 시스템을 소개했다. 병원 3층에 마련된 소아 중환자실 3개 병상에는 고유량 산소치료기, 인공호흡기가 설치돼 있었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2차 의료기관급 소아청소년병원에서 이러한 장비를 갖추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55개 전 병상에 산소밸브와 병실 내 감염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전열 교환방식의 최첨단 공기정화시설도 설치했다. 직접적인 설비 투자 외에 공사 기간 병상을 가동하지 못하느라 발생한 비용까지 감안하면 20억 원 상당이 들었다.

최 원장은 “가뜩이나 소아청소년과 진료 공백이 심화하던 와중에 의정갈등으로 상급종합병원 전원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입원 환아에게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기 위해서는 수 시간씩 전화기를 붙잡고 문의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온종일 매달려 밀착 케어하면서 전원 문의를 해도 '전원 불가'라는 답변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혹시라도 환아의 생명이 위태로워질까 전전긍긍하던 상황이 1년 넘게 반복되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병원 안에 자체적으로 소아중환자실을 마련하게 됐다는 얘기다.

최 원장은 "이러한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호흡서 산혈증 아기를 직접 케어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돈보다는 아이들의 생명이 더 중요하지 않나. 참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걱정도 크다. 고질적인 저수가로 나날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체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대다수 소아청소년 병원들은 소아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상급병원의 '전원 불가' 메시지를 받으면 억장이 무너지고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허리를 담당하는 2차 병원이 중증화를 막아 3차 병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며 "일선 병원들의 사명감은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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