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R&D 예산 규모, 일본의 10분의 1
치료 가능하도록 규제 푸는 데 5년 걸려
생산력, 안전관리는 우위, 장점 살리는 전략 필요
2000년대 초 ‘미래 의학의 꽃’이라는 줄기세포를 두고 세계 각국이 연구 경쟁을 벌였다. 한국은 출발이 빨랐다. 2004년 황우석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국이 주저앉은 사이, 일본은 노벨상까지 받은 역분화 줄기세포에 집중 투자하면서 앞서갔다. 지난 20년간 한일 양국의 줄기세포 경쟁이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될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일본이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분야 연구 성과를 내고 시장을 열며 질주하는 사이 한국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일본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규제를 풀자, 연구개발(R&D) 성과와 스타트업 창업이 줄을 이었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R&D 규제가 엄격하고 지원 제도가 부족해 연구자와 기업들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최근 관련 법을 손질해 역전을 노리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본다.
韓 황우석 트라우마에 제자리 걸음
일본이 의·과학 기초 연구에 적극 투자하는 동안 한국의 연구 환경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한 황우석 사태 이후 2000년대 줄기세포 R&D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당시 정부는 지원을 줄였고, 사회 분위기는 규제 강화 쪽에 힘이 실렸다.
올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5개 부처의 보건의료 분야 R&D 예산은 2조1047억원이다. 이 중 줄기세포와 같은 첨단재생의료 분야 투입 예산은 9947억원이고, 미래 감염병 대비 항바이러스제와 첨단재생의료 기술 개발 지원 예산은 760억원 규모다.
일본은 재생의료·줄기세포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2015년에 재생의학 연구를 통합 지원하는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설립했으며, 이곳에 연간 약 1300억엔(한화 1조3000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제도 측면에서도 양국 간 격차가 있다. 일본은 2014년에 재생의료법을 제정했다. 초기 임상시험만 마치면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뿐만 아니라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발견해 2012년 세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게 법 제정 계기가 됐다. iPS세포는 다 자란 세포를 역분화시켜 인체 모든 세포로 자라는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이전부터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목을 받았지만 정자, 난자가 만난 수정란을 파괴해야 얻을 수 있어 생명윤리 논란을 빚었다. iPS세포는 그런 문제가 없고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들 수 있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일본이 법을 만들고 돈을 투자하자 과학자와 기업들이 줄기세포 치료제 R&D를 가속할 수 있었다. 물론 임상시험을 마치기 전에 환자 치료를 하다 보니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연구를 넘어 상업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해외에서 원정 치료를 오는 환자들이 생길 만큼 시장이 커졌다. 일본에서 2022년 한 해 세포치료를 받은 환자는 7만 3819명, 투여 횟수는 11만 4077건으로 조사됐다.
첨생법 개정, 시장은 아직 무반응
한국은 2020년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재생의료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을 처음 제정했다.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해 개발 중인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 게 핵심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8월 첨생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임상연구 계획 신청 수는 179건이다. 이중 43건이 승인됐다. 나머지 부적합 77건, 반려 44건, 심의 중이 15건이다.
승인된 임상 연구 43건 중 iPS세포 관련 연구는 2건이었다. iPS세포에서 유래한 연골세포를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투여하는 연구(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iPS세포에서 만들어진 내피세포를 말초동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연구(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이다.
하지만 학계와 산업계에선 첨생법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 치료제에 한해 연구 목적으로만 쓸 수 있고, 치료 목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상업화가 어려우니 과학자들의 창업 도전과 시장과 기업들의 R&D 투자·지원이 위축됐다.
이후 일본과 비교해 한국이 재생의학 분야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고, 정부와 국회가 첨생법을 다시 손질해 지난 2월 통과시켰다. 개정된 첨생법의 핵심은 연구 목적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해둔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일부 환자에 한해 치료용으로도 쓸 수 있게 풀어 상용화 길을 연 것이다. 임상 연구는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치료는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에 한해서 허용했다.
2월부터 개정 첨생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다.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첨생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임상연구 계획 신청 건수는 0건, 치료 승인 건수도 0건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측은 “첨생법 개정안 시행 초기라 아직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 관리 장점, 고비용은 해결 과제
전문가들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은 줄기세포 생산과 안전 관리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제도,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줄기세포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선 국가 차원의 R&D,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한국이 세포 치료제 기술과 자원을 독립적으로 확보하는 능력, 즉 ‘세포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표준 세포주와 바이오뱅크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표준 세포주를 확립하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하고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경상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다시 세포 치료제 R&D에 재투자하면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시장을 키우려면 일본처럼 보험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재생의료에도 공공보험 적용 길을 열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재생의료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 또 현행 첨생법은 치료 대상을 중증·희소질환 환자에 한해 허용하고 있고, 일본에서 활발한 미용·성형(항노화)은 제외됐다. 수익화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복지부는 미용과 성형을 포함할 계획은 없지만, 노인성 질환은 향후 추가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도 제안됐다. 일본은 재생의료 문턱을 대폭 낮춘 데 따른 부작용으로 환자 안전 사고가 잇따랐다. 제대로 된 시설과 관리 여건을 갖추지 않고 시술하는 곳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결과이다. 반면 한국은 대형 병원 중심으로 줄기세포 연구와 임상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시설이나 서비스가 표준화됐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최승호 파나셀바이오텍 대표(선이고은성형외과 원장)는 “의료 서비스와 생산·시술 능력 면에선 우리가 더 뛰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줄기세포 배양시설 관리를 등급별로 나눠 공개하면 해외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낫다는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재생의료 치료 승인 여부를 복지부 산하 첨단재생바이오심의위원회가 관리하고 승인한다. 반면,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지정한 민간 기구인 인정재생의료등위원회에서 승인한다. 한국은 안전성·유효성 데이터를 갖고 심사하지만 일본은 문헌 고찰만 한다.
최동호 한국줄기세포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교수)은 “치료 과정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 점에서 한국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보다 후발주자지만 우리 장점을 살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치료 가능하도록 규제 푸는 데 5년 걸려
생산력, 안전관리는 우위, 장점 살리는 전략 필요
줄기세포 치료 이미지.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규제를 풀기 위해 관련 법을 제·개정했다./일러스트=ChatGPT 달리3
2000년대 초 ‘미래 의학의 꽃’이라는 줄기세포를 두고 세계 각국이 연구 경쟁을 벌였다. 한국은 출발이 빨랐다. 2004년 황우석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국이 주저앉은 사이, 일본은 노벨상까지 받은 역분화 줄기세포에 집중 투자하면서 앞서갔다. 지난 20년간 한일 양국의 줄기세포 경쟁이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될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일본이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분야 연구 성과를 내고 시장을 열며 질주하는 사이 한국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일본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규제를 풀자, 연구개발(R&D) 성과와 스타트업 창업이 줄을 이었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R&D 규제가 엄격하고 지원 제도가 부족해 연구자와 기업들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최근 관련 법을 손질해 역전을 노리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본다.
2005년 5월 20일 환자 체세포로부터 복제배아를 만들어 치료용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당시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가 영국런던에서 논문발표를 마친 뒤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배경엔 '한국의 자존심'이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조선일보 황정은 기자
韓 황우석 트라우마에 제자리 걸음
일본이 의·과학 기초 연구에 적극 투자하는 동안 한국의 연구 환경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한 황우석 사태 이후 2000년대 줄기세포 R&D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당시 정부는 지원을 줄였고, 사회 분위기는 규제 강화 쪽에 힘이 실렸다.
올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5개 부처의 보건의료 분야 R&D 예산은 2조1047억원이다. 이 중 줄기세포와 같은 첨단재생의료 분야 투입 예산은 9947억원이고, 미래 감염병 대비 항바이러스제와 첨단재생의료 기술 개발 지원 예산은 760억원 규모다.
일본은 재생의료·줄기세포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2015년에 재생의학 연구를 통합 지원하는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설립했으며, 이곳에 연간 약 1300억엔(한화 1조3000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제도 측면에서도 양국 간 격차가 있다. 일본은 2014년에 재생의료법을 제정했다. 초기 임상시험만 마치면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뿐만 아니라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발견해 2012년 세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게 법 제정 계기가 됐다. iPS세포는 다 자란 세포를 역분화시켜 인체 모든 세포로 자라는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이전부터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목을 받았지만 정자, 난자가 만난 수정란을 파괴해야 얻을 수 있어 생명윤리 논란을 빚었다. iPS세포는 그런 문제가 없고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들 수 있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일본이 법을 만들고 돈을 투자하자 과학자와 기업들이 줄기세포 치료제 R&D를 가속할 수 있었다. 물론 임상시험을 마치기 전에 환자 치료를 하다 보니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연구를 넘어 상업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해외에서 원정 치료를 오는 환자들이 생길 만큼 시장이 커졌다. 일본에서 2022년 한 해 세포치료를 받은 환자는 7만 3819명, 투여 횟수는 11만 4077건으로 조사됐다.
무상의료본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2023년 12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의료민영화 ‘디지털헬스케어법안’ 폐기 및 ‘첨단재생의료법’ 개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15/뉴스1
첨생법 개정, 시장은 아직 무반응
한국은 2020년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재생의료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을 처음 제정했다.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해 개발 중인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 게 핵심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8월 첨생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임상연구 계획 신청 수는 179건이다. 이중 43건이 승인됐다. 나머지 부적합 77건, 반려 44건, 심의 중이 15건이다.
승인된 임상 연구 43건 중 iPS세포 관련 연구는 2건이었다. iPS세포에서 유래한 연골세포를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투여하는 연구(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iPS세포에서 만들어진 내피세포를 말초동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연구(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이다.
하지만 학계와 산업계에선 첨생법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 치료제에 한해 연구 목적으로만 쓸 수 있고, 치료 목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상업화가 어려우니 과학자들의 창업 도전과 시장과 기업들의 R&D 투자·지원이 위축됐다.
이후 일본과 비교해 한국이 재생의학 분야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고, 정부와 국회가 첨생법을 다시 손질해 지난 2월 통과시켰다. 개정된 첨생법의 핵심은 연구 목적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해둔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일부 환자에 한해 치료용으로도 쓸 수 있게 풀어 상용화 길을 연 것이다. 임상 연구는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치료는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에 한해서 허용했다.
2월부터 개정 첨생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다.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첨생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임상연구 계획 신청 건수는 0건, 치료 승인 건수도 0건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측은 “첨생법 개정안 시행 초기라 아직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안전 관리 장점, 고비용은 해결 과제
전문가들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은 줄기세포 생산과 안전 관리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제도,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줄기세포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선 국가 차원의 R&D,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한국이 세포 치료제 기술과 자원을 독립적으로 확보하는 능력, 즉 ‘세포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표준 세포주와 바이오뱅크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표준 세포주를 확립하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하고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경상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다시 세포 치료제 R&D에 재투자하면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시장을 키우려면 일본처럼 보험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재생의료에도 공공보험 적용 길을 열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재생의료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 또 현행 첨생법은 치료 대상을 중증·희소질환 환자에 한해 허용하고 있고, 일본에서 활발한 미용·성형(항노화)은 제외됐다. 수익화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복지부는 미용과 성형을 포함할 계획은 없지만, 노인성 질환은 향후 추가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도 제안됐다. 일본은 재생의료 문턱을 대폭 낮춘 데 따른 부작용으로 환자 안전 사고가 잇따랐다. 제대로 된 시설과 관리 여건을 갖추지 않고 시술하는 곳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결과이다. 반면 한국은 대형 병원 중심으로 줄기세포 연구와 임상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시설이나 서비스가 표준화됐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최승호 파나셀바이오텍 대표(선이고은성형외과 원장)는 “의료 서비스와 생산·시술 능력 면에선 우리가 더 뛰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줄기세포 배양시설 관리를 등급별로 나눠 공개하면 해외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낫다는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재생의료 치료 승인 여부를 복지부 산하 첨단재생바이오심의위원회가 관리하고 승인한다. 반면,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지정한 민간 기구인 인정재생의료등위원회에서 승인한다. 한국은 안전성·유효성 데이터를 갖고 심사하지만 일본은 문헌 고찰만 한다.
최동호 한국줄기세포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교수)은 “치료 과정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 점에서 한국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보다 후발주자지만 우리 장점을 살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