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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 고된 업무 환경 개선 요구
‘건강권 침해다’···학생·학부모 우려
“생계·학생 다 걱정···학교와 대화”
타 학교도 불안···인력부족 ‘악순환’
대전둔산여고 복도에 석식 중단에 관한 한 학생과 조리원들의 입장문이 나란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학비노조

[서울경제]

“손가락이 휘고 팔과 다리, 무릎 모두 성한 곳이 없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덜 아프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바로 석식(저녁 급식)을 중단해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2일부터 대전둔산여고 석식이 중단됐다. 이 학교 조리원들과 학교 측은 급식실 근로 환경 개선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석식 중단으로 학생 건강권과 학습권이 침해될 수 없다’며 빠른 상황 해결을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 조리원들은 학교와 대화에 나설 방침이다.

조리원들과 학교 측 갈등은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 측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중재가 어려울 정도로 골이 깊다. 결국 조리원들은 교직원 배식대 운영을 거부하고 식기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쟁의 행위를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 쟁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양 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석식 중단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조리원들의 입장은 13일 둔산여고 한 학생과 편지와 답신 형식으로 주고 받은 글에서 확인된다. 조리원들은 “석식 중단으로 인해 우리의 생계와 학생들의 저녁이 걱정된다”며 “다른 학교에서는 원만하게 개선되는 일(작업 환경)이 우리 학교만 안 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조리원들은 학교 측과 근본적 갈등 원인이 학생 수에 비해 너무 부족한 조리원 수라고 지적했다. 학교 식수 인원이 여느 공공기관의 2~3배에 이른다고 했다. 이 문제는 학교와 교육청이 재원을 확보해 함께 풀어야 한다. 단 조리원들은 “교육청, 학생, 교직원, 학부모 모두와 대화를 하겠다”며 석식 중단이 장기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엿보이게 했다.

둔산여고와 같은 상황을 겪을 학교가 전국적으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전국 학교급식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급식 조리실무사(조리원) 중 정년을 채우지 않고 자발적으로 퇴사한 비율은 60.4%다. 이 비율은 2022년 56.7%에서 2023년 57.5%로 계속 오르고 있다.

입사한 지 3개월 이내 퇴사한 비율도 상승세다. 2022년 상반기 11.7%였던 퇴사율은 작년 상반기 15.6%로 증가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탈한 인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급식실 채용 미달율은 평균 29%다. 서울의 경우 이 비율은 84.5%로 3배가 넘는다.

비정규직노조는 이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조리원은 센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고 산재 위험까지 높아 근로자들이 버티기 어렵다. 이번 설문 결과에서도 조리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재확인됐다. 비정규직노조는 “학교급식은 노동강도가 상상을 넘는다”며 “근골계질환 발생률은 농업인과 선박 제조업 보다 높다,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신청 건수는 214건에 이른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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