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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헌법재판관 임기 마무리
보안 직원, 걷기 동호회에도 "감사"
9인 '불화설' 무색, 티타임 소회 나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갈등이 고조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이 부분은 비서실장이 고친 겁니다."


18일 오전 문형배(60·사법연수원 18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퇴임사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듯 뜸을 들이다 농담을 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2주 전에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 권한대행의 주문이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됐던 곳이지만, 문 권한대행과 이미선(55·26기) 재판관이 퇴임하는 이날은 박수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소리로 가득했다. 자주색 법복 대신 문 권한대행은 회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이 재판관은 하얀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정장 재킷을 입었다. 두 재판관의 가족과 지인 20여 명도 함께했다.

문 권한대행은 헌재의 미래를 위해 △재판관 구성 다양화 △헌재 구성원 간 깊은 대화 △헌재 결정 존중을 당부한 뒤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족과 헌재 구성원에게만 감사를 전하는 보통의 퇴임사와 달리 헌재 테니스 동호회 '파워테니스', 걷기 동호회 '뚜동회'에도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퇴임사 말미엔 "제가 말해야 하는데 까먹은 분 없나요?"라고 장난스럽게 물으며 청중을 훑었다. 평소 강조해온 '평균인의 삶'을 보여주듯 퇴임사는 헌재 로고도 없고 표지도 없이 3쪽짜리 한글 문서에 '퇴임사' 제목만 달고 배포됐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이미선 재판관은 차분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지난 6년을 회상했다. 헌법연구관은 물론 행정, 조경 관리, 청사 보안 등을 담당한 헌재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오로지 재판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그는 "헌법재판소를 떠나며 제가 헌재 구성원이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뒤, 단상 오른쪽으로 나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두 재판관은 별도 환송식 없이 기념사진 촬영 후 행사 시작 40여 분 만에 가족과 함께 헌재를 떠났다.

마은혁(왼쪽 두 번째부터), 조한창, 정형식,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퇴임식에서 웃고 있다. 뉴시스


헌재 주변에서 제기된 '내부 불화설'이 무색하게 함께 자리한 재판관 9명은 퇴임식 내내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행사를 마친 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문 권한대행의 배우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전했고, 판사 출신인 이 재판관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도 모든 재판관과 한 명씩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재판관들은 퇴임식에 앞서 30분간 티타임을 갖고 소회를 나누기도 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임명일자순으로 맡는다는 헌재법에 따라 다음 권한대행은 김형두(60·19기) 재판관이 맡는다.

이날 문 권한대행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45년 지기 고교 동창 10여 명은 일제히 "형배 고생 많았다. 축하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창 이태연(61)씨는 이날 아침 문 권한대행을 떠올리며 썼다는 시 '형배호'에서 "나라에서 얼마나 일을 많이 시켰으면 6년 만에 백발 노인 되어 떠난다"라며 "앞으로는 지난 몇 달 동안 겪었던 그런/ 엄청난 일은 없을 거라고/ 고생 많았다고"라며 오랜 친구에게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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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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