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실관계 파악 중
서울 시내 한 초등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 강남구에서 초등학교 등하굣길 유괴미수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자 경찰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20분께 강남구 역삼동 A초등학교 인근에서 ‘괴한이 학생에게 음료수를 사주겠다고 접근해 어디론가 데려가려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맞은편 대형마트 인근을 지나가던 남성 2명이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 “음료수 사줄까”라고 물었으나 “괜찮다”는 답이 돌아오자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A학교 측 신고를 접수하고 학생의 부모 등에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최근 강남구 다른 초등학교 인근에서도 이와 유사한 소란이 일었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16일 개포동 B초등학교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던 학생이 위해를 당할 뻔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일 낮 개포동 버스정류장에서 한 노인이 “내 것”이라며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가방끈을 잡아당겼으나 아이는 이를 뿌리치고 달아났다. 약 1시간 뒤 부모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노인의 행방을 쫓고 있다.
두 초등학교는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한 상태다. A학교는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남성의 몽타주를 배포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도 보호자 허락 없이 절대 따라가지 않도록 자녀에게 꼭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B학교 측도 사건 이튿날 수서경찰서와 강남구청에 방범용 CCTV 설치와 순찰 강화 등을 요청했다. 학부모들에게는 “등하교 시 교통안전과 낯선 사람 응대에 유의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과 지도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과거 유사한 일을 경험했다는 아이들의 과거 사례까지 공유되며 강남권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B학교에서 1.6㎞ 떨어진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2023년 4월 등하굣길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가 무차별 살포된 바 있다. 일당은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고 속여 미성년자 9명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했다. 주범 이 모(28)씨는 지난해 12월 2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