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 순방 마지막 일정인 캄보디아 도착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8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3국 순방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순방은 14일 베트남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를 거쳐 캄보디아에서 끝났다. 중국 외교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방문”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매력 공세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캄보디아에서 “패권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의 회담 후 “세계 질서는 충격에 직면했다"며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지정학적 진영 대립, 일방주의, 보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역내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베트남에서는 45건, 말레이시아에서 31건, 캄보디아에서 37건의 협정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철도 인프라와 운하 건설 등 대규모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외교전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맞물려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로이터는 베트남은 GDP의 약 30%가 미국 수출에 기반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캄보디아의 의류·신발 산업 역시 미국 시장과 직결돼있다. 미국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각각 46%, 49%의 관세가 예고됐다가 유예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략적 불확실성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안 총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워싱턴의 동맹 정책이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시진핑은 이 공백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올슨 ISEAS 연구원도 “중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신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무역 관계를 파괴하는 무례한 국가로 그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아세안 공동전선 구축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외교적 움직임을 우려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한 14일, 미국은 아르헨티나를 찾았다. 아르헨티나가 11일 IMF로부터 200억 달러 구제금융을 승인받은 직후였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는 이번 방문을 두고 “아르헨티나의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의 호혜적 무역 관계로 방향을 트는 전략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세계 3위 리튬 생산국으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의 자금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회담 뒤 진행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는 “아르헨티나가 경제 개혁을 지속한다면 중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50억 달러 인출분)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광물권을 확보하고 국가 부채를 키우는 약탈적 협정을 체결해 왔다”며 “이 방식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자국의 ‘뒷마당’이라 여기는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기 위한 외교전에 돌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파나마 운하를 방문했고, 14일에는 엘사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