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 대령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 열렸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뒤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겼다며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소심이 18일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4-1부(재판장 지영난)는 이날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령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양쪽의 증거와 증인 신청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박 대령은 이날 군복을 입고 직접 법정에 나왔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19일 수해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채아무개 상병이 순직한 사건을 수사한 뒤 7월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9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특정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전 장관은 이를 바로 승인했지만, 다음날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고 재지시했다. 박 대령은 이런 결재 번복에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9일 1심에서는 박 대령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대령 쪽은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을 증인 신청하겠다고 밝히며 “1심에서도 고려했는데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사실조회로 갈음했으나 불성실하게 (자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출발점이 2023년 7월31일에 (윤석열의) 격노가 있었느냐는 것”이라며 “이후 장관·사령관 지시 등이 적법한지가 2심에서도 쟁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과 염보현 군검사 등 총 3명을 증인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반박하며 “참고인 진술과 메시지 등을 고려할 때 해병대 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한 점이 인정되는데 원심이 이를 오인한 위법이 있었다”며 “상관 명예훼손도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원심이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공소사실에 ‘국방부 장관 명령에 대한 항명을 추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박 대령 쪽이 ‘명령의 주체와 동기 등이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데 대해서도 “장관이 하달한 명령을 사령관이 피고인에게 하달해 동질성이 유지된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쪽은 이 전 장관과 박 대령 쪽이 신청한 김계환 사령관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 쪽의 추가 서류 제출을 받은 후 다음달 16일 오전 10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