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해 살인 및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가장 A씨가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이춘재를 담당했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동기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 나선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한 A씨의 조사를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 담당 프로파일러는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소속의 공은경(46·여) 경감이다. 공 경감은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냈고,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온 이춘재 사건에서도 자백을 받아내는 등 프로파일링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통한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한 프로파일러 면담을 통해 심리 상태와 경향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정확한 동기를 파악할 방침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 진행 여부는 미정이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가족 5명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광주광역시 오피스텔로 도주했다가 15일 오전 검거됐다.
이번 사건은 다른 일가족 살인사건과 다소 다르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존속과 비속을 한 번에 살해하는 사건은 매우 이례적인데다 이미 성인이 되었거나 곧 성인이 될 10대 자녀까지 살해 대상으로 삼은 점도 기존 유사 사례와 차이를 보인다. 지난달 수원 일가족 살인 사건이나 충북 보은 자살 시도 사건은 모두 미성년 자녀가 대상이었다.
A씨는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해 엄청난 빚을 지고 민사 소송까지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가족들에게 채무를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했는데 부모와 처자식을 모두 살해할 정도의 범행 동기인지 석연치 않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