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망사건 조사계획 수립 직후 메신저·메일 등 온라인 개인자료 삭제
경북도 "은폐로 볼 수 있어 기관경고"…영주시 "고의성 없었다"


영주시청서 열린 고 권모 팀장 장례식
[email protected]


(영주=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지난해 11월 숨진 경북 영주시 6급 팀장 '직장내 괴롭힘' 피해 사건과 관련해 영주시가 진상조사 대신 사건 은폐에 급급했던 정황이 나오고 있다.

18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영주시는 지난해 11월 12일 고(故) 권모(사망 당시 53세) 팀장을 전산상 퇴직 처리하고, 괴롭힘 사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메신저 '온톡'과 개인 사서함 '온메일' 등 고인의 개인 자료를 삭제했다.

권 팀장이 사망한 지 10일 만이다.

유족은 권 팀장 사망 이튿날인 11월 3일부터 영주시에 "직속 상사의 괴롭힘이 있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증거 자료 보존을 요구한 바 있다.

영주시는 11월 11일 사망사건 조사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달 27일 조사에 착수했다.

사건이 불거지고 감사에 돌입한 경북도는 온톡과 온메일을 복구하려고 했으나 권 팀장 내부용 이메일 계정만 살려내고 메신저 대화 기록은 끝내 복원하지 못했다.

영주시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인사팀에서 관례로 사망으로 인한 면직 처리를 하며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지워졌다"며 "면직 처리 후 시스템상 자료 보관 기간이 7일인 걸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 일로 절대 고의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직장내 괴롭힘 조사 부적정'을 이유로 영주시 기획예산실과 총무과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북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언론 보도로 영주시가 직장 내 괴롭힘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바로 조사를 하지 않고 피해자를 퇴직 처리해 많은 증거자료가 사라졌다"며 "조직적 은폐로 볼 수 있어 기관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영주시청 앞 1인 시위
(영주=연합뉴스) 지난해 12월 9일 오전 경북 영주시청 앞에서 고 권미란(사망 당시 53세) 팀장의 배우자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북 영주시는 지난달 숨진 2일 권 팀장의 사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체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2024.12.9
[email protected]


앞서 경북도는 특별 감사를 거쳐 숨진 권 팀장이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할 민원 서비스 종합평가자료 조작을 거부했다가 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결론을 지었다.

고인이 허위 공문서 작성을 거부하자 상급자는 팀 내 다른 직원을 통해 허위 문서를 생산했으며 이를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e-시스템'에 등록시켰다고 경북도는 판단했다.

영주시는 직장내 괴롭힘 조사 참고인 신분인 고인의 직장 동료들을 당사자인 상사와 분리하지 않고 사건 발생 2달 후 정기 인사로 일부 직원을 타 부서로 인사 조처하기도 했다.

영주시의 뒤늦은 인사 조처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 조사 공정성을 떨어뜨리고 참고인 등에 대한 '2차 가해'로 번졌다고 지적됐다.

영주시는 평소 직장내 괴롭힘 방지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9년 2월 국무조정실의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주시는 매년 갑질 근절대책 추진 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했으나, 고인이 숨지고 나서인 11월 15일에야 처음 계획을 세웠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갑질 근절 전담 부서와 직원을 지정하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갑질 예방 교육과 실태조사를 매년 1회 이상 실시해야 했으나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2018년 8월 영주시가 운영 계획을 세운 '갑질 피해 신고·지원센터'도 신고 방법 등을 직원들에 홍보하지 않았으며, 신고 또는 처리 실적 또한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훈 영주시장 권한대행 부시장은 "오는 5월부터 5급 이상은 '직장 내 갑질' 대면 교육을 하고 5급 아래로 인터넷 교육까지 반드시 다 시키기로 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미비했던 부분들을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허위 공문서 작성 사안에 대해 지난 2월 25일 영주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해둔 상태다.

경북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통상 관공서에 많은 평가가 있지만 이번처럼 극단적으로 없는 데이터까지 만들어내는 조작을 하지 않는다"며 "각 시·군이 제출한 민원 서비스 종합평가자료에 관해 상의하고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767 봄이라 그런가 '긁적긁적'…의외의 병 숨어 있을 수 있다 [Health&] 랭크뉴스 2025.04.19
45766 이재명 “트럼프 ‘광인 작전’ 펼쳐… 방위비·조선 등 포괄 협상 필요” 랭크뉴스 2025.04.19
45765 '음주운전 왜 하셨어요?' 묻자…"술 깬 줄 알고" 2위, 그렇다면 1위는? 랭크뉴스 2025.04.19
45764 폭스바겐그룹, 아우디 미국 현지생산 추진 랭크뉴스 2025.04.19
45763 "강남역에 이상한 사람이 살아요"…수상한 남자 알고 봤더니 랭크뉴스 2025.04.19
45762 "테슬라, 주행거리계 조작해 무상 보증기간 단축"…美서 소송 랭크뉴스 2025.04.19
45761 "관세 우려에 美부자들 '자산 엑소더스'…스위스에 계좌 개설" 랭크뉴스 2025.04.19
45760 ‘헌법 준수’ 메시지 남긴 문형배·이미선···헌재, 열흘 만에 다시 ‘7인 체제’로 랭크뉴스 2025.04.19
45759 저임금·고된 업무... 일할 사람 사라지는 학교 급식실 [영상] 랭크뉴스 2025.04.19
45758 퓨마 등 야생동물 가득한 곳서, 길 잃은 두 살배기 구하고 지킨 목장견 랭크뉴스 2025.04.19
45757 러 "우크라 평화협상 일부 진전…어려운 논의 여전" 랭크뉴스 2025.04.19
45756 ‘오폭 사고’ 한 달여 만에···야간훈련하던 공군 항공기서 연료탱크 등 떨어져 랭크뉴스 2025.04.19
45755 이재명 “당선 땐 집무실 일단 용산” 김경수 “용산 하루도 못 써” 김동연 “바로 세종” 랭크뉴스 2025.04.19
45754 [영상] “윤석열이 대통령 아닌 14일차 아침…홍세화도 함께했다면” 랭크뉴스 2025.04.19
45753 한동훈 ‘막차’로 오세훈 만났지만, 홍·나·안 받은 USB 못 받아 랭크뉴스 2025.04.19
45752 [사설] 관용·자제 강조하며 떠난 문형배, 정치권 깊이 새겨야 랭크뉴스 2025.04.19
45751 백악관, '파월 해임 가능성' 질문에 "그 문제는 계속해서 검토" 랭크뉴스 2025.04.19
45750 “장애 대물림 알았지만 우린 부모가 됐습니다” 랭크뉴스 2025.04.19
45749 이재명 “정부 부담 민간에 떠넘기는 증세 추진, 바람직하지 않아” 랭크뉴스 2025.04.19
45748 민주당 대선경선 첫 TV토론…“증세보다 지출조정” “감세 포퓰리즘” 랭크뉴스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