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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려···금리 2.75% 동결
이창용 "고관세 충격···속도조절"
성장률 중간집계도 이례적 공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경고
美 파월도 5월 동결 가능성 시사
[서울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올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미국발 관세 우려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관세의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충격으로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며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지만 통화정책의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라고 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거시경제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돌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5월 정례 수정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미리 분기 성장률 중간 집계 상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5월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1.5%보다 하향 조정한 뒤 이 같은 명분을 바탕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한국의 성장률이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도 일단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표한 관세 인상 규모가 커 일시적 물가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 등) 어떤 정책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상황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하(파월 풋)를 기대했던 시장에 반대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창용 "올 성장률 예상보다 더 나쁠 것"…내달 금리인하 확실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현재 연 2.75%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재해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하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0%대의 저성장 전망에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널뛰는 환율,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변수를 고려한 것이다. 다만 한은이 올 1분기 ‘역성장’이 우려된다는 전망까지 내놓은 만큼 시장은 5월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의 주된 배경으로 환율 불안을 꼽았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달러당 1400원에 진입해 올 3월 말 1470원대에 올라타더니 이달 9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 이후 1484.1원까지 치솟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상호관세 유예 소식과 글로벌 달러 약세로 이번 주 들어서는 1410원 중반대까지 급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불과 10여 일 사이에 환율 등락 폭이 70원을 넘긴 것이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확대돼 언제든지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하는 등 다시 요동칠 수 있다. 한은은 그동안 환율의 특정 수준보다 변동성 확대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2월부터 큰 폭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2000억 원 폭증했다. 3월에는 4000억 원 느는 데 그쳤지만 2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여파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 자칫 4~5월부터 가계대출 확대에 기름을 부을 위험이 있다.

이밖에 정부가 1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한 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아직 확실히 금리를 내리겠다고 시장에 신호를 보내지 않은 점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는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지만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5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에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수출 타격으로 성장률 추가 하락이 예상돼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피해서다. 한은은 이날 ‘경제상황평가’ 보고서에서 올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인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월 이후에 미 관세정책의 강도가 세지고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 공사 중단 등 예기치 못한 이슈까지 겹쳐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증대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은은 다음 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대폭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 성장률을 1% 초반이나 0%대로 낮춘 상황이다. 한은도 이미 1.5%를 밑돌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1% 초반으로 낮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다음 달 발표하게 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관세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망치가)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면서 금리도 같이 인하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주된 시각이다. 실제 이날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금리 인하 전망(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현 2.75%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예상보다 올해 한은의 금리 인하 횟수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강도가 예상보다 센 데다 추경 등 재정정책이 경기 부양에 충분한 정도로 실행되지 않으면 한은이 나서서 금리라도 더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연내 3회 내려 연말 최종 금리가 2.25%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제 관심사는 올해 최종 금리가 2.25%보다도 낮은 2%가 될 것인가로 보인다”면서 “이는 한은이 5월에 성장률을 얼마나 하향 조정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정부가 12조 원 추경 편성에 나선 것에 대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원화 가치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보다 더 절하돼 있다고 보인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안정되면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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