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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SK실트론 직원들이 웨이퍼 제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SK그룹이 알짜 비상장 계열사인 SK실트론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SK실트론이 매각되면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사모펀드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SK실트론 인수전에 최근 두산그룹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SK실트론 어떤 회사?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 SK(주)가 최근 주요 사모펀드(PEF)와 접촉하며 SK실트론 경영권 매각을 타진 중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SK(주)가 직접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묶인 19.6%를 합친 70.6%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TRS 계약을 통해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 중이다. 최 회장 지분도 같이 매각되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전문기업이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다.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7900억원에 인수한 LG실트론이 모태다.

SK실트론 지분 구조. 그래픽=송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12월 1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SK(주)가 SK실트론 인수합병 당시 지분을 100%가 아닌 70.6%만 인수하고 최 회장이 29.4%를 개인 자격으로 사들이며 ‘사익편취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SK(주)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주)에 대해 각각 8억원씩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SK(주)가 합리적 검토 없이 지분 29.4%에 대한 입찰 참여를 포기했을 뿐 아니라 최 회장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전 과정을 지원해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편취하게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은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해 지분 취득 이유와 배경 등을 설명하며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소명했다. 당사자 참석이 필수가 아닌 공정위 전원회의에 대기업 총수가 출석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었다.

당시 SK(주)가 주총 특별결의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해 추가 지분을 사들이 필요가 없었고 최 회장이 입찰에 참여한 이유는 경쟁업체가 남은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간섭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SK 측 입장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반도체 비즈니스 전략상의 고민과 외국 자본의 인수 시도 등의 상황을 직접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위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공정위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공정위가 상고해 이 사건은 대법원에 1년째 계류 중이다.

SK 품에서 7900억→5조 대어로 폭풍 성장

SK실트론은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캐시카우다. SK그룹에 인수된 뒤 매출은 2017년 9331억원에서 2024년 2조1268억원으로 7년 새 2배 이상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27억원에서 3155억원으로 늘었다.

SK실트론은 장기공급계약에 힘입어 일정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판가를 방어하면서 업황 저하 시기에도 30% 내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시현하는 등 우수한 수준의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에 사용되는 300mm 웨이퍼의 양호한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SK실트론의 매출액 중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향 매출 비중은 50% 내외다.

웨이퍼 산업의 전망도 탄탄하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외형이 추세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공학, 자율주행 등 4차산업 발전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인 성장세를 고려하면 향후에도 웨이퍼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모펀드 빅4에 두산도 군침?


시장에서 거론되는 SK실트론의 몸값은 5조원 안팎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SK(주)는 현금을 3조원가량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각과 관련해 SK는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IMM PE·스틱인베스트먼트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두산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SK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미래 성장축을 반도체와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로봇·인공지능(AI)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인수한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통해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진출했다.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 확장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수석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두산그룹은 4월 17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내고 “SK실트론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초 SK그룹과 여러 차례 거래한 한앤컴퍼니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는 2018년부터 케이카, SK디앤디, SK해운, SK에코프라임, SK마이크로웍스, 솔믹스, SK플라즈마(지분 투자), SK스페셜티, SK엔펄스 CMP패드 사업부 등 최근 8년간 9건의 딜을 성사시키며 끈끈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의 미국 국적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기 때문에 해외 법인에 매각할 때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의 2 제1, 2항 및 시행령 제18조의 2 제1항 및 2항에 따라 외국인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경우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사태로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SK실트론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인수전은 사모펀드들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최근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 추진 현황. 그래픽=송영 기자


리밸런싱 마지막 퍼즐, 이혼·공정위 소송 결과 촉각


SK그룹이 알짜 계열사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하는 건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전략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실적이 잘 나오는 1분기 내 매각할 때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그룹은 최근 몇 년간 배터리·반도체·바이오(BBC)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오다 계열사 수가 급증하고 재무 부담이 커졌다.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의 부진 속에서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이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조 단위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SK온의 재무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아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최 의장의 주도하에 SK그룹은 비주력 또는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계열사를 처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AI·배터리·반도체(ABC)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2023년 말 84조원에 달했던 SK그룹 순차입금이 지난해 말 약 76조원으로 낮아졌다. SK그룹은 2023년 145%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3년 내 100%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다.

SK실트론 매각이 성사될 경우 부채비율이 50%대로 낮아지는 등 부채비율 개선에도 상당한 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219개였던 계열사 수도 200개 안팎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또 다른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꼽힌다. 관세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SK실트론 매각으로 SK(주)가 손에 쥘 현금은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 회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도 최 회장 보유 SK실트론 지분은 처분할 가능성이 높은 재산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5월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경영 기여를 인정하면서 SK(주)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 1조40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주사인 SK(주) 지분 매각이 아닌 비상장 주식인 SK실트론 보유 지분(29.4%)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향후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최 회장이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하게 되면 SK실트론 보유 지분이 1순위로 꼽히지만 TRS 방식이 변수가 될 수 있다.

TRS는 지분 가치 변동에 따라 투자자가 손익을 취하고 자금을 댄 금융사는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부담과 함께 TRS 방식으로 최태원 회장이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어 매각해도 실익이 크지 않아 이번 매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사익편취 혐의를 두고 공정위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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