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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바이오부 선임기자
K바이오텍 뿌리는 럭키중앙연구소 연구진
알테오젠·리가켐 등 초대형 기술이전 성과
고(故) 최남석 소장 '하면 된다' DNA 계승
실패 두려워 않는 도전정신은 성공 원동력

[서울경제]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오름테라퓨틱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바이오텍이자 창업자가 모두 LG화학 출신이다. 펩트론·수젠텍·와이바이오로직스·제넥신·큐로셀 등도 LG화학 출신이 세운 바이오텍이다. 비상장사로 범위를 넓힐 경우 LG화학 출신이 세운 바이오텍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국내 바이오텍의 역사는 LG사단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비단 숫자뿐만이 아니다. LG사단은 피하주사(SC)제형·항체약물접합체(ADC)·단백질표적분해(TPD) 등 현재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LG사단의 뿌리는 고(故) 최남석 박사가 이끈 럭키중앙연구소(현 LG화학 기술연구원)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브루클린공대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벤처기업 ALZA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합성 고분자물질인 ‘크로노머’를 처음 발견해 주목 받았다.

그는 1974년 고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15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화학연구부장으로 재직하며 오디오·비디오의 기초 소재인 폴리에스터 필름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선경화학(현 SK케미칼)으로 이전돼 세계 4위 수출 업체의 신화를 달성하게 한다.

최 박사는 1980년 럭키중앙연구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LG그룹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회장의 지원으로 1979년 설립된 럭키중앙연구소는 석유화학 중심 연구소였다. 그는 럭키중앙연구소에 국내 최초의 유전공학 전문연구소를 만들어 신약 개발의 황무지였던 우리나라에 바이오라는 씨앗을 뿌렸다. 이는 국내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인 ‘펙티브’ 개발로 이어지는 토대가 된다.

최 박사는 럭키중앙연구소장, LG화학 부사장, LG화학 고문 등 총 15년 동안 LG화학 연구개발(R&D) 부문을 이끌어 ‘LG사단의 영원한 보스’로 불린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 조중명 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등이 그가 직접 발탁한 인재들이다.

최 박사는 연구소장 시절 매일 연구소를 돌아다니며 “What’s new?(새로운 것은 없나)”라고 인사하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남들과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도록 연구원들을 자극하고 독려했다. 그는 특히 후배들이 R&D 자금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바이오·신소재 등 최소 10년 이후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인 만큼 당장은 돈을 못 벌어도 당당하라고 주문했다.

최 박사는 생전에 ‘비행기에는 백미러가 없다’는 회고록을 남겼다. 회고록 제목처럼 10년 이후 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들만 생각했다. 백미러가 없는 비행기처럼 오직 앞으로만 나아갔다. 최 박사는 “숱한 고민과 좌절 속에서도 나를 이끈 원동력은 ‘하면 된다(Can Do Spirit)’였다”라고 회고록에 밝혔다. 그의 열정과 정신은 LG사단의 DNA로 그대로 계승됐다. LG화학 출신 연구자 중에서 바이오텍 창업에 도전한 이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박사가 남긴 유산은 최근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오름테라퓨틱스 등의 조(兆) 단위 기술 이전 성과로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신약 개발 성공까지 평균 10년,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 중 FDA 승인을 받는 비율은 14% 미만이다.

최근 LG사단의 일원인 이정규 대표가 이끄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특발성폐섬유증(IPF) 치료제 임상 2상을 실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기술 이전이 기대됐던 신약 후보물질이었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LG사단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정신이야말로 한국 바이오 산업을 글로벌 무대로 이끈 원동력이다. 당장의 실패는 아프지만 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최 박사의 유산인 ‘Can Do Spirit’은 오늘도 수많은 바이오텍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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