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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변호사(변시 7회·51)가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법무법인 도담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며 연세대 사회과학과에서 객원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임 지명 다음날(지난 9일) 새벽 4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와 가처분 신청서가 접수됐다. 김정환 변호사(연세대 사회과학대학 객원교수)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제기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6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가처분을 인용하며 후임 재판관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희관 한 강의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났다. 아래는 문답.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4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Q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포고령 1호’,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등을 둘러싸고 여러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 :
헌법재판소는 직접 사건을 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 어떤 한 사람이 “이게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물어봐야지만 답을 해줄 수 있다. 저는 헌법재판과 행정법이 전문 분야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헌재에 이를 묻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Q :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서는 여야의 해석이 첨예하게 갈렸다. 가처분 신청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A :
민주당 의원에게 부탁을 받았느냐는 질문까지도 받았는데, 근거 없는 이야기다. 이번 사건에서는 한 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부장판사를 지명한 데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누구를 지명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헌법적 해석의 문제다. 누구를 지명했더라도 소송을 냈을 거다.
이 사건의 쟁점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다.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에 대해서는 “현상 유지 차원의 권한 행사만 가능하다(현상유지설)”는 견해와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에는 적극적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사고·궐위 구분설)는 견해가 갈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Q : 이번 헌법소원은 ‘현상유지설’을 전제로 했다. 예를 들어 전시·사변 사태에서도 권한대행의 권한이 제한돼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A :
진짜 국가비상시라면 현상유지설이든, 적극적 권한설이든 같은 결론일 거다. 예를 들어 전쟁이 났는데 참모총장이 공석이라고 하자. 권한대행이 참모총장을 임명한다면 그걸 어느 국민이 뭐라고 하겠나. 군대의 정상적 기능을 위한 행위라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쉽게 도출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국가 비상시가 아닐 뿐더러, 한 총리가 스스로 모순된 말과 행동을 했다. 12월에는 소극적 권한을 근거로 국회 몫인 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았다가, 이번에는 대통령 몫 2인을 지명하며 적극적 권한을 행사했다.

Q : ‘현상 유지’가 어떤 상태인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A :
현상 변경설도 틀린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현상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탄핵 결정이 안 나와 1년간 권한대행 체제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이다. 그래서 헌재의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후임 대통령 취임과 무관하게 헌재가 본안 판단을 해 주길 바라는 이유다.

Q : 헌재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여기까지’라고 폭넓게 적극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을까.

A :
이번 사건은 재판관 임명 권한이 쟁점이라, 헌재에서 다른 사안까지 ‘권한대행이 무엇을 할 수 있다, 없다’고 결정문에 쓸 것 같지는 않다. 법으로써 “권한대행의 권한은 여기까지다”라고 미리 한정지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권한대행이 또 지금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거나, 혹은 수도 이전을 추진한다고 치자, 그러면 그제서야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구할 수 있는 거다.

Q : 판단이 건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건가.

A :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 상황에 따라서 건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 영역에서 해결해 줘야 한다. 권한대행 스스로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민주적 정당성이 대통령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권한 행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헌재의 결정이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17년 5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직무대행’의 후임 재판관 지명 문제는 이전에도 논란이 된 적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으면서다. 당시 황 대행은 대법원장 추천 몫인 이선애 헌법재판관은 임명했고, 대통령 임명 몫인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자는 임명하지 않았다. 10개월간의 공석 기간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했다.

또다시 맞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속에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엔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Q : 오늘 헌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A :
법은 늘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현상을 예측하고 모든 법을 만드는 것도 사실은 굉장히 위험하다. 법은 결국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제한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후적으로 경험과 반성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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