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서 중앙지법 청사 서관 출입구까지는 걸어서 약 300m 거리다. 하지만 이날 공판 검사들은 차량을 이용해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 재판정에 입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짧은 거리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차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파가 법원 앞에 몰려 충돌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어서 법원이 예외적으로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용해준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 전 대통령 사건 등 양극단의 지지자들이 운집하는 재판에서는 검사들의 신상 노출 위험이 커진다. 한번 얼굴과 이름이 노출되면 특정 진영에서 좌표찍기를 해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정치 사건 재판이 벌어지는 법원 앞에서는 핸드폰을 거치봉에 높이 매달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법원에 드나드는 검사들 얼굴을 영상으로 찍고 박제해 조리돌림하는 경우도 있다. 휴정 시간에 검사가 잠시 화장실을 갈 때 뒤따라와서 항의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중앙지법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 당시 한 여성 검사가 표적이 됐다.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까지 맡은 검사의 퇴정 과정에서 한 인터넷 매체가 검사 얼굴을 촬영했다. 이후 “이재명 유죄판결 짜깁기 조작 OOO” “증거 은폐·조작한 OOO 검사” 등 제목으로 검사 얼굴이 유튜브 영상으로 송출됐다. 영상에는 기자가 “의도적으로 수사를 짜깁기하고 조작했다”면서 질문을 퍼붓고, 검사는 “거리를 좀 유지해달라. 손가락질 그만하라”고 대응하는 6분가량의 녹취가 그대로 공개됐다.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법 법정에서 흉기 피습 사건, 지난 1월 서부지법 난입 폭동 사태 등이 잇달아 벌어져 위기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결국 무슨 사건이 나고 나서야 바뀌지 않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오소영 기자
지난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윤 전 대통령 반대 지지자들의 모습. 오소영 기자
일선 검사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재판이 끝난 뒤 동선이 겹치지 않게 방청객이 모두 퇴정한 뒤 시간차를 두고 나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에서 재판 참여를 위해 중앙지법을 걸어갈 때 신분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복을 가방에 넣어서 이동한 뒤 재판정 내부에서 입는 검사들도 있다.

안전 문제가 계속되자 대검찰청은 지난해 9월 공판 검사들의 법원 이동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취합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에 ▶공판검사가 법관·법원 직원의 전용통로 이용 ▶보안검색 강화 ▶공판검사석 투명 칸막이 설치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이 많은 중앙지법의 경우 현실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지검은 검사와 방청객 간 동선 분리를 재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 안전에 신경 쓰는 게 필요하다”며 “판사 등 법원 직원들이 다니는 출입문 출입증을 발부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당장 여론 관심이 집중된 건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이다. 오는 21일 두 번째 재판에서 공판검사들의 이동 통로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피고인(윤 전 대통령)의 출입 관련해 18일 논의가 이뤄진다”며 “공판 검사 출입 관련해서는 추후에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379 [속보]트럼프 "中과 관세 대화 중…3~4주 내 타결 기대" 주장 랭크뉴스 2025.04.18
45378 [단독] '내란'의 12월 그 밤‥대통령 집무실 원탁에선 랭크뉴스 2025.04.18
45377 이탈리아서 케이블카 추락…최소 4명 사망 랭크뉴스 2025.04.18
45376 이중철문 속 ‘쉬쉬’ 숨겼던 중국 짝퉁…이제 신분 상승? [특파원 리포트][짝퉁의 역습]① 랭크뉴스 2025.04.18
45375 中 CXMT, 올해 D램 생산량 68% 확대… “SK하이닉스 절반 근접” 랭크뉴스 2025.04.18
45374 '윤 어게인' 신당 창당 보류... "윤석열이 만류했다" 랭크뉴스 2025.04.18
45373 용산 서빙고역 건널목서 KTX-승용차 충돌…운행 지연 랭크뉴스 2025.04.18
45372 [지배구조 톺아보기] ‘200억 연봉’ 이수 김상범, 미등기 회장으로 그룹 장악...3세 승계는 미완성 랭크뉴스 2025.04.18
45371 “어차피 前정권 정책이잖아?" 조기대선 확정되자 밸류업 공시도 뚝 랭크뉴스 2025.04.18
45370 트럼프 "中과 관세문제 대화 중…향후 3~4주내 협상 타결 기대"(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18
45369 ‘피고인 윤석열’ 이번엔 공개…‘지하주차장 접근’ 오늘 발표 랭크뉴스 2025.04.18
45368 트럼프 “우크라와 24일 광물협정 서명” 랭크뉴스 2025.04.18
45367 단순히 공짜라서? 6억명 사로잡은 외국어 공부 앱의 성공 비밀 랭크뉴스 2025.04.18
45366 [단독] ‘비명횡사’ 논란 여론조사 업체, 간판만 바꿔 민주당 경선 참여 랭크뉴스 2025.04.18
45365 국민의힘 '떨떠름'‥"용산에선 나가야겠지만‥" 랭크뉴스 2025.04.18
45364 트럼프, 파월 재차 해임 위협…증시는 혼조세 마감[데일리 국제금융시장] 랭크뉴스 2025.04.18
45363 석방된 명태균의 ‘입’, 국민의힘 대선 경선 흔드나···후보 절반이 연관 의혹 랭크뉴스 2025.04.18
45362 "세종으로 완전 이전"‥'행정수도' 치고 나왔다 랭크뉴스 2025.04.18
45361 트럼프 “중국과도 무역협정 맺을 것…거래를 결정하는 건 미국” 랭크뉴스 2025.04.18
45360 트럼프 "아무도 美와 경쟁 못해…거래를 결정하는 것도 미국" 랭크뉴스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