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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외국인 노동자 20여명
‘늘 도움만 받았다’며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도
산불 이재민 위한 모금 자발적 시작해
260만원 전달
포천하랑센터에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온 한 외국인 노동자가 영남 산불 이재민을 위한 모금에 참여하는 모습. 오른쪽은 하랑센터에 마련된 기부함에 모인 기부금 봉투다. 하랑센터 제공


익숙한 것이 편하기 마련입니다. 내가 약자라고 생각해 도움받는 게 일상인 사람들에게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어쩌면 어색하고 겸연쩍은 일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선뜻 누군가를 도울 처지가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시작한 선행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낯섦과 생소함을 이겨낸 위대한 도전이기 때문이죠.

오늘 ‘아직 살만한 세상’에서 소개하고 싶은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렇습니다.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보통 관련 기관을 통해 배려받고 도움받는 일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런 이들이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용기를 냈고, 그 온기는 산불 이재민에게 전해졌습니다.

경기도 포천의 하랑센터에 다니는 다문화 청소년·대학생 11명과 이곳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외국인 노동자 11명은 최근 이랜드복지재단에 영남 산불 피해 이재민에 써 달라며 260여만원을 전달했습니다. 하랑센터는 서울 온누리교회 사회선교부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청소년과 외국인 노동자, 한국으로 결혼해 이주한 여성에게 교육과 지원을 하는 기관입니다. 학생부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50여명이고, 이곳에서 한국어 수업 등을 수강하는 20~30대 외국인 노동자 수도 비슷합니다.

포천하랑센터에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영남 산불 이재민을 위한 모금에 참여하는 모습. 하랑센터 제공


이들의 기부는 수년간 하랑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한 대학생이 제안했다고 합니다. 학생들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산불 피해 모습 등을 공유하면서 자발적으로 기부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박승호 하랑센터 센터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남을 위해 내놓은 그들의 행동은 ‘감사하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된다”며 “아이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렇게까지 모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포천 하랑센터의 한 학생이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영남 산불 피해자 모금을 독려하며 올린 글과 사진. 하랑센터 제공


누군가를 돕기엔 당장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박 센터장은 부연했습니다.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9개국 출신의 센터 아이들 상당수가 결손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고 해요. 박 센터장은 “아이들 대부분이 차비가 아까워서 센터에 걸어올 정도로 어렵다”며 “점심을 먹지 않은 돈이라며 기부한 친구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한 여자아이는 만원 지폐를 내밀면서 ‘이것도 괜찮냐’고 말하더라고요. 자기 딴에는 액수가 너무 적은 거 같다고 느낀 거 같아요. ‘10만원보다 더 소중한 만원’이라고 칭찬을 해줬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땐 뭉클했습니다.”

하랑센터는 지난달 30일부터 약 보름 동안 산불 모금을 진행해 260만원을 모았습니다. 이중 다문화 가정의 학생과 외국인 노동자가 낸 액수는 70만원정도로 추산됩니다. 나머지는 하랑센터를 돕는 후원자들이 이번 모금 소식을 알고 힘을 보탰다 것입니다.

하랑센터가 이번에 모인 기부액을 특별히 이랜드복지재단에 보내 산불 피해자를 위해 써달라고 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데요. 2019년 개원한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온누리교회와 이랜드복지재단 등으로부터 진로 멘토링, 긴급 자금 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 센터장은 “매번 도움을 받던 아이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 손으로 누군가를 도운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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