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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1년 전 관습헌법 논란 재연 불가피
② 용산과 달라야…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③ 부동산부터 반응하는데… 수도권 반발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가 균형 발전 과업 완수를 내걸고, 세종 수도 이전에 본격 시동을 걸었지만, '세종 시대'가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암초들이 산적하다. 노무현 정부를 주저앉혔던 관습헌법 논란부터 진영을 초월한 초당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충청에 수도를 빼앗긴 수도권 홀대론을 어떻게 달랠지도 관건이다. 이에 이 전 대표도 "사회적 합의를 거치겠다", "좀 더 생각을 정리해보겠다"며 세종 수도 이전 추진에 단서를 붙였다.

①관습헌법에 제동 걸린 노무현… 개헌 불가피



'세종 수도' 구상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단연 '헌법'이다. 2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신행정수도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집권 직후 위헌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해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
이라는 논리로 위헌 판결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관습헌법은 법전에 기재된 성문헌법은 아니지만 관습에 의해 정립된 불문헌법이라는 개념으로, 이 당시 처음 등장해 논쟁이 불붙기도 했다.

이미 판례가 생긴 탓에 '세종 수도' 구상이 실현되려면 개헌이 불가피
하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을 재추진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판결 여부를 먼저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개헌을 피하려는 일종의 우회로다. 그러나 당 정책 핵심 인사는 "헌재가 판례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도 이전은 헌법을 고쳐 정면돌파해야 하는 개헌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개헌 프로세스까지 내놓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세종 수도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 이슈를 점화했다가, 대선 레이스 전체가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것을 우려해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구체적 추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완전한 수도 이전 문제는 헌법 개정 문제는 물론이고 국민적 공감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설사 이 전 대표가 집권해 개헌을 결단하더라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당장 개헌에 필요한
국민투표 절차를 마련하는 국민투표법 개정
부터 나서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집권 초부터 개헌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산적한 국정 현안에 치이다 보면 후순위로 밀려나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②떨떠름한 보수 주자들... 용산 이전 피로감도



결국
관건은 '여론'이 얼마나 받쳐주느냐
다. 국가 주요 기능을 영구적으로 옮기는 중대 사안인 만큼,
일방 추진한다면 정권이 휘청일 만큼 커다란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진영을 넘나드는
초당적 협조가 필수
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개헌안이 통과하려면 국회에서 찬성 200표가 필요하지만, 진보 정당의 의석은 192석에 그치는 탓에 국민의힘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처지다.

당장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반응은 신중
하다.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김문수 전 장관), "국민감정, 지역 균형, 효율성 문제를 따져야"(한동훈 전 대표), "절차가 중요한 개헌 사안"(나경원 의원) 등등 일단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국민 여론도 아직은 안갯속
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거주 및 직장 생활 반경이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심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실제 그간의 수도 이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서울 유지'와 '세종 이전' 어느 쪽도 압도하지 않을 만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타나는 추세다.
민심도 어느 한쪽으로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는
이다.

더욱이 이미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졸속 이전하면서 각종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 데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불리
한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단순 대통령 집무실뿐만 아니라 완전한 행정수도 이전을 하겠다는 것인 만큼, 그 비용과 여파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③부동산부터 반응… 수도권 민심 반발



당장 대선을 4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 유권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
다.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국회 등 국가 주요 기관들이 대거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행정 경제 문화 교통 등 사회적 인프라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 수도권 거주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야 하는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직격탄은 역시 수도권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4월 2주 차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1년 5개월 만에 상승 추세다. 이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선 예비후보들이 행정수도를 공약한 이후 나온 통계다. 여기에 가장 유력 주자인 이 전 대표까지 가세한 만큼 세종의 부동산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 없이 설익은 공약을 정치권이 툭 띄우면서 특정 지역 집값 불안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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