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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책과 길]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유성호 지음
21세기북스, 252쪽, 1만9900원
책은 법의학자로서 수많은 죽음을 경험한 저자가 유한한 삶과 필연적 죽음을 마주하는 실천적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저자는 "누구나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인 법의학자 유성호는 매년 한 번 유언을 쓴다고 한다. 유언을 쓰면서는 차분해지고, 유언을 여러 번 읽으면서는 더 사랑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죽음을 직시하면 삶의 태도가 바뀐다”고 강조한다.

책은 법의학자로서 수많은 죽음을 경험한 저자가 유한한 삶과 필연적 죽음을 마주하는 실천적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저자는 “누구나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죽음도 배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죽음과 노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죽음을 ‘의식’해야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한한 시간을 인식할 때 우리는 매 순간을 귀하게 여길 수 있고 선택과 행동에 신중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죽음을 인간 존재의 조건이자 삶의 신비로 통찰한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를 인용한다. 장켈레비치는 죽음을 세 가지 관점(1인칭, 2인칭, 3인칭)으로 구분했다. 1인칭 죽음은 ‘나’의 죽음이다. 직접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불안, 공포, 혐오 등의 감정이 생긴다. 2인칭 죽음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다. 애도와 상실을 통해 죽음을 실질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3인칭 죽음은 나와는 관계없는 타인의 죽음이다. 슬픔과 연민은 있어도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저자는 “3인칭으로 (나의) 죽음을 바라볼 때 우리는 삶의 마지막 종착지인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삶에 집착하곤 한다. 이는 한국의 말기 암 환자들이 죽기 전까지 고통스러운 치료를 감당하는 연명치료를 고집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현세주의적 생사관과 함께 ‘효’를 기본으로 한 전통적 성리학 사상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웰다잉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죽음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한다. 시작은 ‘나만의 엔딩 노트(Ending Note)’를 작성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엔딩 노트는 유언장과는 달리 법적 효력은 없지만 자신의 인생, 가치관, 소중한 추억, 재산, 장례 방식,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 등을 자유롭게 기록한다. 저자는 “엔딩 노트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삶에서 중요했던 기억, 고마운 사람들, 남기고 싶은 메시지, 앞으로의 목표 등을 적다 보면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저자가 자필로 쓴 유서가 실려 있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가능한 한 오래 아내와 함께 우리 집에 머물고 싶지만, 시설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죄책감이나 망설임 없이 시설을 선택해 주세요. 제 존엄을 지켜주신다면 그것이 저를 위한 최고의 배려일 것입니다.” “제가 돌이킬 수 없는 말기의 상태라면 모든 연명치료를 중단해 주십시오. 다만 통증 없이 갈 수 있도록 마약성 진통제를 충분히 투여해 주세요.” “장례식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틀어 주세요.” “슬픔에 머물기보다는 평소 하지 않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삶을 풍요롭게 채워가길 바랍니다. 남은 삶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주세요.” 저자는 유언을 통해 “삶을 향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고 한다. 책과 함께 별책 부록으로 ‘30일 유언 노트’가 제공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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