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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달 우주 공간에 위성 3기 올려
우주의 히말라야로 불리는 DRO
우주 탐사 허브·우주항구 후보지
“연구실서 라면 먹으며 20년 칼 갈아”

중국과학원(CAS) 우주응용센터(CSU)에서 제공한 이 이미지는 지구-달 우주 영역의 원거리역행궤도(DRO)를 기반으로 하는 3개 위성으로 구성된 위성군을 보여준다. /중국과학원 우주응용센터

중국이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에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인공위성 3개로 구성된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들 위성이 배치된 궤도는 미국이 달 유인 탐사에서 사용하는 길목이어서 중국의 선점 효과가 향후 심우주 탐사를 둘러싼 두 나라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국과학원(CAS) 우주응용공정기술센터(CSU, 이하 우주응용센터)는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지구와 달 사이 원거리 역행궤도(DRO)에 DRO-A위성과 DRO-B위성을 배치하고 지구 저궤도(LEO)를 도는 DRO-L위성과의 통신과 관측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공개했다.

영어로 시스루나(cislunar)로 불리는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은 최근 달 탐사는 물론 화성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를 위한 발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달과 화성에 사람을 보내기 위해 이 궤도에서 훈련하고 통신과 항법, 보급 같은 주요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위성들을 배치한 DRO는 지구에서 달로 가는 여러 궤도 중 하나다. 지구에서 달 근처 궤도 바깥쪽으로 뻗어 나가 있는 최대 200만㎞ 떨어진 영역에 해당한다. 역행이라는 표현 그대로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방향과 반대로 비행하는 궤도이다. 왕웬빈 우주응용센터 연구원은 “지구와 달 사이 우주에서 과학 탐사, 인프라 구축, 유인 심우주 임무 지원에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 우주 탐험의 실크로드를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중국 남서부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DRO-L위성을 지구 저궤도(태양 동기 궤도)에 쏘아 올렸다. 후속으로 같은 해 3월에는 DRO-A와 DRO-B 위성을 발사했다. 하지만 위성을 실어 나르는 운반 로켓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두 위성은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우주응용센터는 이날 세미나에서 지난해 3월13일 발사 직후부터 7월15일까지 123일간 이어진 구조 작업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연구진은 발사 직후 원격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성들이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위성에 이상이 있다고 보고 곧바로 구조 작업에 착수했다. 극한 환경이었지만 궤도 제어 5회, 궤도 수정 5회를 시도한 끝에 자세를 바로잡는 데 성공했다.

두 위성은 장장 5개월 가까이 850만㎞를 함께 여행한 끝에 마침내 지정된 궤도에 도착했다. 두 위성은 지난해 8월 서로 분리된 뒤 우주 통신과 과학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전파인 K대역 마이크로파를 주고받는 통신 링크를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각각 지정된 궤도에 진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주응용센터에 따르면 현재 DRO-A위성은 원거리역행궤도를, DRO-B는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 기동 궤도를 날고 있다.

2022년 11월 21일 아르테미스 1 임무의 일환으로 우주선이 달을 향해 동력 비행하는 동안 오리온의 태양열 어레이 날개에 장착된 카메라가 우주선. /NASA TV

원거리역행궤도는 미국의 달 유인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오리온 우주선이 2022년 11월 달을 오고 갈 때 이용한 궤도로 알려지며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 아르테미스 원거리역행궤도. /NASA

중국 과학계는 지구와 달 사이에 배치된 위성군(群)이 심우주 탐사와 자율 항법 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장쥔 중국 우주항공연구개발센터(CAS) 마이크로위성 혁신 아카데미의 수석 엔지니어는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위성망 구축을 통해 복잡한 임무에서 유연성과 적응력을 입증하고 저비용 심우주 탐사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위성들이 배치된 원거리역행궤도를 우주의 ‘히말라야’ 에 비유한다. 히말라야의 높은 산맥처럼 매우 큰 중력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에너지로 지구, 달, 심우주까지 우주선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궤도에 올라타면 지구와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우주선이 진입하고 머무르는 데 연료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공간적으로 ‘무궁무진한 아름다움’ 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히말라야에 비유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이 궤도가 향후 지구, 달, 심우주를 연결하는 교통 허브, 우주의 자연 항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지구 주변의 돌던 오래된 위성과 우주선을 폐기하거나 장기 보관하는 매력적인 장소로도 꼽힌다. 일부 학자들은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는 구상에서 포획한 소행성을 보관할 최종 저장소로 꼽고 있다.

미국도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원거리역행궤도는 미국의 달 유인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오리온 우주선이 2022년 11월 달을 오고 갈 때 이용한 궤도로 알려지며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원거리역행궤도를 달 궤도 우주정거장인 스페이스 게이트웨이의 잠재적 위치로 지목하고 있다. 미 우주군도 지난해 우주에서 정찰 영역을 달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주군은 당시 “지금까지의 우주 임무는 지상 2만2000마일(약 3만5400㎞)에 그쳤지만 이는 지난 일이며, 앞으로는 우주 임무 범위를 거리는 10배, 작전 영역은 1000배 넓혀 달 뒷면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17년부터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에서 원거리역행궤도의 독특한 특성과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에 3기의 실험 위성을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결국 먼저 위성군을 궤도에 구축하면서 미국은 선수를 빼앗긴 형국이 됐다.

중국은 지난해 무인 달 탐사선 창어6호가 미국보다 먼저 미지의 영역인 달 뒷면을 다녀온 이후 우주에서 세계 최초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이번 위성군 구축 과정에서도 역대 가장 적은 에너지로 위성을 목표 궤도에 배치했다. 우주응용센터는 “혁신적인 설계 기술을 적용해 일반적으로 필요한 연료의 5분의 1만 써서 위성을 궤도에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우주 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향후 지구와 달 사이에서 진행될 대규모 우주 개발 경쟁에서 중국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117만km 떨어진 위성과 지상국 사이에 안정적인 통신망과 관측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3시간 분량의 위성 간 측정 데이터를 사용해서 기존 지상 추적으로는 이틀이 걸리던 위성 궤도 추적의 정밀도를 달성했다. 향후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에 대규모 군집위성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주요 기술적 한계를 해소하고 위성 운영 비용을 줄일 길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과학원 우주응용센터는 이날 세미나에서 지난해 3월13일부터 7월15일까지 123일간 이어진 DRO 위성의 구조 작업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하며 위성들이 마침내 정확한 궤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DRO-A와 DRO-B 위성 모델. / CSU

중국은 이번 위성군 구축이 하루 아침에 얻은 성과라기 보다는 끈기와 헝그리 정신의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왕창 우주응용센터 부소장은 중국과학일보와 인터뷰에서 “보통 기초 연구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실험실에 앉아 10년간 칼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연구는 20년간 칼을 간 결과”라며 “연구진이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외로움을 감수하고,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이 연구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품목이 인스턴트 라면, 소시지, 생수였다”고 덧붙였다.

중국과학원은 이번에 역행궤도에 배치한 위성들을 달 탐사와 심우주 탐사에 필요한 기초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 인프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왕 부소장은 “역행궤도에 위성군을 구축하면서 여러 가지 최첨단 과학기술 실험을 진행하며 지구와 달 사이 우주에 관한 연구가 촉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와 달 사이 우주 환경의 진화 법칙을 이해하는 연구를 비롯해 70억년에 오차가 1초인 원자광학 시계를 배치해 양자역학과 원자물리학의 다양한 기초 연구와 일반상대성 이론에 대한 검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과학계에 영향을 줄 막대한 양의 최상위급 과학 논문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와 달 사이 우주공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선점 효과도 예상된다. 중국 위성들이 수집한 막대한 정보는 이 공간에 진출하려는 국가와 기업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 미 행정부는 2024~2040년 기업들이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에서 약 630억달러(89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구와 달을 잇는 다양한 궤도를 연구해 달은 물론 심우주로 가는 새로운 항로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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