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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원칙 훼손… 차기 정부 부담
시민 단체 “혼란 견딘 국민 배신”
교육 정상화·전공의 복귀 불투명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의료개혁이 후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윤웅 기자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증원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빈손 개혁’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장기간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고통, 의사 배출 중단을 부른 의대 학사 파행 등 무수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얻은 게 없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의사 단체에 휘둘리고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면서 차기 정부에도 부담을 지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환자·시민 단체들은 “의료 공백의 혼란을 묵묵히 견딘 국민을 배신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2026학년도 의대 ‘증원 0명’을 확정 발표하며 “증원을 기대하셨던 국민 여러분께 의료개혁이 후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필수·지역 의료를 살려야 한다며 2035년까지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7년 만의 증원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의대 증원 규모는 올해 1509명, 다시 내년에는 ‘0명’이 됐다. 2027학년도 이후는 차기 정부에서 별도 논의 기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안갯속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의·정 갈등을 촉발한 시발점이자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이었다. 이에 반발해 수만 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며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중증·필수 의료 수가 개선,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 의료개혁 실행 방안을 차례차례 내놓았지만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갈등 장기화로 의료계에선 ‘1년 넘게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의·정 갈등 사태의 변수는 의대생이었다. 병원을 둘러싼 전공의와 정부의 갈등이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으로 옮겨붙으면서 부처 간에도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 의료개혁 정책을 이끄는 보건복지부와 의대 교육을 정상화해야 하는 교육부의 ‘우선순위’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의대 정원 원점 회귀’라는 최후의 카드를 썼지만 의대 교육 정상화는 불투명하다. 전공의 단체는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정이 전공의들이 복귀할 계기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발표를 계기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에 제안한 대화 창구가 열릴 것이란 기대 섞인 반응도 있다. 정부가 의사 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한 만큼 갈등 완화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환자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에서 “국민과 환자는 의사 인력 증원과 의료 개혁을 통해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 계획을 믿고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 투입에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의대 증원 정책 포기라니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의료계는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며 정치권에 정책 후퇴를 요구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을 비롯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 전달체계 개편, 비급여 관리 강화 등 의료 개혁 정책은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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