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어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렸다. ‘의대생들이 수업에 전원 복귀해야 동결’하겠다더니 복귀율이 30%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백기투항한 셈이다. 1년여간 환자 목숨을 담보로 증원을 고집해온 결과라니 참담하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초 정부가 의대생들이 3월 내 전원 복귀 시 내년 정원을 증원 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국 40개 의대에서 실제 수업 참여율은 예과 22%, 본과 29%에 그쳤다. ‘전원이 아니라 정상 수업이 가능한 정도’라고 슬그머니 바꾼 조건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정부는 전날 이뤄진 의대 학장·총장단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을 빌렸다.
이로써 작년 2월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큰 상처만 남긴 채 1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장기간 의료공백에 환자들의 초과 사망과 응급실 뺑뺑이 피해가 잇따랐고, 향후 의사 배출 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갈등 봉합은 아직 먼 얘기다. 애초 필수의료 패키지 철폐를 함께 주장해온 학생들이 ‘1년 한시 동결’만으로 수업에 돌아올지 불투명하고, 이미 의사 면허를 취득한 전공의들은 급할 게 없다. 상당수가 다른 병·의원에서 근무 중이다.
사태 초기 “권력은 절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는 기고만장한 주장이 여론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현실이 됐다. 이대로 끝을 맺으면 의료개혁은 영영 손을 못 댄다. 계속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은 학칙대로 유급·제적해야 한다. 24·25·26학번을 동시 교육하는 ‘트리플링’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더 이상의 특혜는 곤란하다.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을 논의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추계위원 과반이 의료계 추천 전문가라 의료계 입김에 휘둘릴 소지가 다분하다. 어떻게 객관적·과학적 추계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 답을 찾아야 한다. 그렇잖으면 더 이상 단 1명의 증원도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