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의 1060일 ⑩ 군에 빠졌던 윤
지난 1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 진상규명 국조특위’가 열리고 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군복이 증인석에 걸려있다. [연합뉴스]
“걔네들이 우리와 똑같잖아. 칼 휘두른다는 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인이 왜 좋으냐”는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걔네’는 군인을, ‘우리’는 검사를 뜻한다. 물론 검사의 검(檢)은 칼(劍)이 아니라 ‘검사하다’를 의미한다.

그는 군대에 안 갔다. 1982년 8월 신검(병역판정검사)에서 양쪽 시력 차이 0.6(좌안 0.7-우안 0.1) 부동시(부등시)로 제2국민역(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2022년 4월 7일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다. 당시 미군 연합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과 악수했고, 옆에 선 한국군 부사령관은 경례했다. 나중에 윤 전 대통령이 물었다. “미군은 왜 경례 안 하지? 내가 한국인이라서인가?”

미군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이었던 그에게 경례하지 않았다. 군을 좋아한다지만, 군에 대해 아는 게 적었던 윤 전 대통령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은 어떻게 복무해야만 하는지 이해가 부족했다. 그 결과가 12·3 비상계엄령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군인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충암고 1년 선배다. 첫 만남은 1977년이었다. 당시 3학년 학도호국단장이었던 김 전 장관은 공부도 잘하고 의리가 있다는 2학년 후배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다고 한다.

수십 년이 흐른 뒤 둘은 다시 만났다. 2014년 수도방위사령관이었던 김 전 장관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 고검에 좌천된 윤 전 대통령을 관사로 초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선배가 너무 멋있었다. 계급장의 별이 정말 빛났다”고 했다. 2020년 검찰총장에서 직무정지된 윤 전 대통령이 편하게 술 한잔하자며 김 전 장관을 불렀다.

윤 전 대통령은 “내가 힘들 때 늘 김용현 선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윤캠 1호’”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후 김 전 장관을 경호처장으로 곁에 뒀다. 김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 자리 대신 군 인사 ‘추천권’을 보장받았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자기 사람을 요직에 심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김 전 장관과 직·간접적 ‘근무연’으로 엮여 있다. 군에선 학연이나 지연보다 같이 근무한 경력인 근무연이 더 끈끈하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6일 국방부 장관에 취임했다. 취임 직후 대령급 인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인사 실무자에게 “장성급 인사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나온 게 지난해 11월 25일 하반기 장성 인사였다. 육군에서 중장 진급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군단장급(3성) 보직 이동도 없었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의 포석으로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은 성추행으로 군에서 쫓겨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챙겼다. 자신과 함께 육군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의 노 전 사령관을 경호처에 특채하거나 공기업에 취직시켜주려 했다.

김 전 장관이 “내가 썼다”고 밝힌 포고문의 실제 작성자는 노 전 사령관일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는 걸 본 적 없다고 측근이 진술했고, 김 전 장관의 노트북엔 문서 파일이 전혀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군에 무지했고, 군 사용법을 몰랐다. 결국 칼(검찰)로 흥한 뒤 칼(군)로 망한 신세였다.

※ 이 기사의 전문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60일
"미군 왜 나한테 경례 안해?" 軍 좋아했지만 軍 몰랐던 尹 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9272

“난 이기고 온거니 걱정말라” 尹, 파면당하고도 이랬던 내막 ⑨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9055

“실패 땐 탄핵, 나도 알았다” 폭탄주 돌린 尹 ‘그날의 고백’ ⑧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722

尹 “X팔리게, 美 도움 필요없어”…日징용해법 승부수 비화 ⑦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419

의대 증원에 건건이 “아니오”…尹, 40년지기 연락도 끊었다 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182

"尹 술친구 자랑하던 그 의원, 한동안 찍혀 죽어 지냈다" 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709

"막내급 기자가 청담동 술자리 질문…尹, 그날 도어스테핑 좌절" 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374

"비속어 썼으니" 참모들 제안…'바이든 날리면' 실상은 이랬다 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066

"내가 있어 지금의 尹 있다고…김건희, 술자리 때마다 말해" 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699

총선 출구조사에 격노한 尹 "그럴 리 없어! 당장 방송 막아!"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454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350 ‘韓대행 재판관 임명’ 제동 건 변호사 “누굴 지명했어도 소송” 랭크뉴스 2025.04.18
45349 [오늘의 운세] 4월 18일 금요일 랭크뉴스 2025.04.18
45348 부동산 가격 저점 신호? 부실채권 시장에 돈 몰린다 랭크뉴스 2025.04.18
45347 "진정한 혼밥 1인자인가"…지하철서 '쌈' 싸먹은 민폐男 등장에 '공분' 랭크뉴스 2025.04.18
45346 ‘울산 중구’여서 가능했던 ‘주 4.5일제’ [양종곤의 노동 뒤집기] 랭크뉴스 2025.04.18
45345 신상 털릴라, ‘尹재판’ 검사들도 떤다…300m도 차 타고 이동 랭크뉴스 2025.04.18
45344 [단독]건진법사 부인 수상한 광산사업, 유력 정치인이 도운 정황 랭크뉴스 2025.04.18
45343 트럼프 "다른 나라가 관세 협상하길 더 원해…결정은 우리가 해"(종합) 랭크뉴스 2025.04.18
45342 [단독] "AI시대, 원전이 필요하다" 이재명, 에너지정책 '우클릭' 랭크뉴스 2025.04.18
45341 김문수 "탄핵 넘어선 '반명 빅텐트' 필요... 한덕수 유승민 김부겸과도 단일화" [인터뷰] 랭크뉴스 2025.04.18
45340 사람은 쉽게 푸는데 AI는 포기선언... AI 한계 시험 위해 작정하고 만든 ‘최후의 테스트’ 랭크뉴스 2025.04.18
45339 차비 아까워 걸어 다니던 그 학생들이 시작한 첫 기부[아살세] 랭크뉴스 2025.04.18
45338 권력과 돈에 갇힌 보수, 윤석열 내려놔야 살 수 있다 [위기의 보수, 길을 묻다] 랭크뉴스 2025.04.18
45337 중미 벨리즈서 미국인이 항공기 납치…"용의자 사망" 랭크뉴스 2025.04.18
45336 [단독] 김선호 국방 대행 "샹그릴라 불참" 가닥… 코리아 패싱 자초할라 랭크뉴스 2025.04.18
45335 노무현도 접었던 '세종 수도'... ①위헌 논란 ②초당적 민심 ③수도권 반발 넘어야 랭크뉴스 2025.04.18
45334 집에서 '불법' 포경수술하다가…생후 2개월 아기, 과다출혈로 숨졌다 랭크뉴스 2025.04.18
45333 미국서 원자로 배운 한국, 66년 만에 첫 역수출 랭크뉴스 2025.04.18
45332 트럼프 "파월은 '정치 게임' 중…내가 나가라면 바로 '아웃'" 랭크뉴스 2025.04.18
45331 트럼프, '관세파장' 지적한 연준의장에 "그는 내가 원하면 사임"(종합) 랭크뉴스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