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두번째 내란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이 17일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국민의힘에서 법안 통과에 필요한 만큼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그를 대상으로 한 특검을 저지하기 위해 결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197명, 반대 102명으로 두번째 내란 특검법을 부결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199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구 야당 소속 의원 192명이 모두 찬성했다면 가결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최소 7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그러나 5명의 이탈표만 나오면서 2표가 부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내란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가 수사 대상이다. 앞서 구 야권 주도로 첫 내란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구 야권은 야당의 특검 후보 추천권과 특검 후보 비토권 조항을 삭제하고, 수사 대상을 기존 11개에서 6개로 줄인 두번째 내란 특검법을 지난 1월 처리했지만 당시 최 권한대행이 재차 거부권을 썼다. 두번째 내란 특검법도 이날 재표결에서 부결되며 폐기됐다.
명태군 특검법도 이날 재표결에서 재석 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197명, 반대 98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명태군 특검법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이용해 각종 선거에 개입하고 이권을 받은 혐의를 특검이 수사하는 내용이다. 최 당시 권한대행이 지난달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다.
상법 개정안도 이날 재표결에서 재석 의원 299명 중 찬성 196명, 반대 98명, 기권 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반인권적 범죄 시효 특례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초중등교원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도 이날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거부권이 행사돼 이날 본회의에 오른 8개 법안 중 방송법 개정안이 유일하게 통과됐다. 방송법 개정안은 재표결에서 재석 의원 299명 중 찬성 212명, 반대 81명, 기권 4명, 무효 2명으로 가결됐다. 한국전력이 한국방송공사(KBS)·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재원이 되는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결합해 징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날 재표결에서 두번째 내란 특검법과 명태군 특검법이 부결된 건 국민의힘의 이탈표 단속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 8건의 재의요구 법안은 국익과 민생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악법들”이라며 “남은 40여일을 하나로 뭉쳐 대선에서 승리해야 국민의 민생과 미래를 지킬 수 있다. 그 시작은 바로 재의요구된 악법에 대한 단일대오 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