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옹립 같은 민주당 경선 변경
권력 초집중의 폐단이 아니고 뭔가
지배와 통제 '절대반지' 유혹 벗어야
권력 초집중의 폐단이 아니고 뭔가
지배와 통제 '절대반지' 유혹 벗어야
제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전 및 캠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지만 노무현 시대에 연정이나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실험이 됐다면 정치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극단적 대결정치에 ‘정치의 도’마저 무너진 지금 더 그렇다. 노무현은 2007년 1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들고나왔지만 임기말 정국 흔들기라는 비판 속에 폐기됐다. 그에 앞선 2005년엔 여소야대 구도에서 정국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대연정을 내놓았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완강한 거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 반발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휴지통에 버려지는 구상이 됐다. 노무현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같은 권력구조개편 개헌을 약속했다. 외치는 대통령, 총리는 내치를 맡는 이원집정부제는 책임총리제로 소박하게나마 실현하기도 했다.
정략적 의도라는 비판 속에 풍파만 일으킨 채 끝났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에 대한 인식과 권력 분산에 대한 소신이 깊었다고 본다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대통령 권한 축소라는 큰 그림은 개헌 논의 때마다 밑바탕이 됐다. 골수 운동권 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지인이 “청와대에 있어보니 나라가 보이더라”고 한 말도 그 연장선에 있었을 것이다. 세련됨이나 치밀함이 순수성을 뒷받침하지 못해 집토끼마저 떠난 터라 임기 말 곤궁한 처지였지만 한미 FTA나 정치에 대한 통찰은 지금 정국에 남달라 보이기도 한다.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손해 보는 정치를 마다하지 않은 성정이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일까 싶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조치 후 대통령 권한 축소와 권력분산을 목표로 한 권력구조개편 논의가 불붙는 듯하더니 이내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란 진압이 먼저”라며 단칼에 손을 저은 탓이다. 개헌과 조기 대선을 연계하자던 우원식 국회의장도 ‘의장놀이’ 운운하는 친명계 비아냥 속에 금세 깃발을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수십 번의 정략적 탄핵소추를 한 야당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한 헌법재판소장의 결정문 낭독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이다.
정치가 질곡이 돼 있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지만 유력 정치인들이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건 대통령 자리라는 ‘절대 반지’ 유혹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또한 무슨 핑계를 대든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대한 탈선이다. 지배와 통제의 미칠 듯한 욕구와 이면에 자리 잡은 윤리적 타락의 민낯을 계엄을 지휘한 그에게서 본다. 헌법이나 법으로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자기 편의와 자의적 해석으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건 독재 본능이기도 하고, 우리 대통령제가 부추긴 면도 크다.
이제 그걸 극복해야 할 시간이지만 대통령 자리에 근접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그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싶다. '비명횡사'의 공천 학살을 공천 혁명으로 둔갑시키는 건 그렇다 치자. 민주당이 20년도 넘게 유지된 100% 국민경선을 버리고 권리당원 50%와 국민여론조사 50%로 대선후보 경선 규칙을 변경한 건 터무니없고 일방적이다. 경쟁자의 불공정 불만은 소음으로 치부된다. 이재명 일극체제가 아니라 일정한 세력균형이 있었다면 가능한 급변침이었을까. 국민경선을 하더라도 ‘떼 놓은 당상’일 본선 진출인데도 이렇게 무리하는 건 라이벌 부상을 두고 볼 수 없고, 경쟁이 치열해져 흠집 나는 건 더더욱 싫다는 속셈이 아니겠는가. 손해 보는 정치는 털끝만큼도 하지 않겠다는 유력 대선 후보 자세에서 무슨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 싶다. 이제 입법과 행정의 권력 초집중을 불안해하는 국민의 우려를 덜어내는 길이 뭔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