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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에 “비협조땐 사표내라”
정책 발표 전 유리한 수치로 마사지
靑행정관들, 전셋값 상승에 모의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

국토교통부 A과장은 2019년 7월 4일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실무책임자를 사무실로 불러 이런 엄포를 놨다. 한 주 전(6월 4주차) 서울 소재 아파트 매매 변동률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문재인정부는 내림세로 발표할 것을 요구했고, 부동산원은 보합(0.00%)으로 공표했었다. 부동산 지표가 안정적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처럼 수치를 ‘마사지’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자 이런 압박을 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김학규 당시 부동산원 원장은 국토부 실장과 10분 정도 독대했는데, 그 자리에서 “사표를 내시죠”라는 말을 들었다. 김 전 원장은 통계 관련 업무에 협조하지 않아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감사원 조사에서 진술했다.

감사원은 17일 이런 내용이 담긴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2년 9월 감사에 돌입한 지 2년7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등이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102차례 왜곡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관련자 총 31명에 대해 징계요구(14명), 인사자료 통보(17명) 등을 권고했다. 앞서 감사원은 2023년 9월 중간발표 당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22명을 수사의뢰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 전 실장은 정부 출범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속보치를 미리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이런 식으로 확보한 자료를 정부에 유리한 수치로 마사지했다.

주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시기가 되면 정부의 통계 조작 압박은 더 거세졌다. 정부는 2018년 8월 용산·여의도 집값을 잡기 위한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그간의 정책이 집값 안정에 긍정적 효과를 냈다는 내용을 통계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서울 매매 변동률 데이터는 0.67%에서 0.45%로 하향 조정됐다.

정부는 집값이 상승하면 부동산원부터 찾았다. 문 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던 2019년 6월 국토부는 31주간 내림세였던 변동률이 속보치에서 보합(0.00%)으로 보고되자 부동산원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토부 B과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보합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부동산원에 “BH(청와대)에서 예의주시 중이고, 연락도 받았다.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 주만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느냐”고 압박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서울 매매 변동률을 하향 조정했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부동산원 통계 작성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건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02회에 달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2020년 11월 서울 전셋값 변동률이 높게 보고되자 “진짜 담주(다음 주)는 마사지 좀 해야 하는 것 아냐?”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모의한 정황도 파악됐다. 부동산원은 통계 사전 보고가 문제 있다는 점을 12회나 지적했지만, 정부는 이를 뭉갠 사실도 조사됐다. 감사원은 부동산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감추기 위해 소득·고용 통계도 같은 방식으로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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