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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부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수면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맨스필드의 한 고등학교는 보건 수업에서 수면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6주 동안 매일 수면 기록을 작성하고 기분과 에너지 수준을 평가받는다.
이 학교 수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 이상이 휴대폰을 보면서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60% 이상은 휴대폰을 알람 시계로 사용했다.
한 학생은 졸릴 때까지 틱톡을 보는 것이 자신만의 수면법이라고 얘기했다. 또 다른 학생은 친구들과 심야 그룹 채팅을 하다가 잠에 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학교 보건 교사인 토니 데이비스는 “고등학생들이 수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잠을 잘 줄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해온 데니스 포프(스탠포드대 교육대학원 강사)는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든 들어가면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상 위에서든, 교실 밖에서든, 벤치에서든, 학생들은 어디서나 자고 있다”며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겐 뇌와 신체 발달을 위해 매일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청소년 수면을 추적해온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거의 80%의 청소년들이 그 이하로 수면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평균 6시간의 수면을 취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수면 부족이 심하며, 전문가들은 수면 문제가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와 문제 행동, 학교 출석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프는 “수면은 정신 건강과 직접으로 관련이 있다”며 “그것으로 논쟁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이 기분, 정신 건강, 자해 등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많다. 수면이 부족할수록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 등이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스포츠 부상, 운동 능력 저하, 청소년 운전 사고, 위험한 성적 행동, 약물 사용 등과 연관성이 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정신과 교수인 앤드류 풀리니는 그동안 청소년 건강 위기와 관련해 소셜미디어가 주로 비판을 받았다며 수면 문제는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면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소셜미디어와 정신 건강에 대한 증거보다 훨씬 더 긴밀하고 인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짜증을 내고, 심술을 부리거나, 의욕이 없고, 때론 충동적이며,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수면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청소년 수면을 연구해온 임상 심리학자 웬디 트록셀은 “우리는 종종 청소년들이 게으르거나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나쁜 행동을 보인다고 비난하는데, 이는 그들이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맨스필드와 미네소타주의 여러 학교에서 사용하는 수면 커리큘럼을 개발한 청소년 수면 전문가 카일라 월스트롬도 “낮잠을 놓치면 짜증을 내는 유아들을 생각해 보라”며 “10대들도 피곤하기 때문에 ‘멘붕’(meltdown)을 겪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롬은 “부모들이 10대들에게 빨리 잠자리에 들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아이들은 수면, 뇌 건강과 정서 건강, 그리고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