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총동문회는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충암의 아들 윤석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 충암고 총동문회가 공식 홈페이지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충암의 아들’로 칭하며 “수고했다”는 글을 올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탄핵 소추로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을 사실상 치켜세우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충암고 총동문회는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충암의 아들 윤석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전 대통령은 충암고 8회 졸업생이다.
글을 보면 총동문회는 “윤석열 동문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2022년부터 약 3년간 국가를 대표하는 공직을 수행했다”며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셨고 현재는 민간인 신분으로 복귀하셨다”고 밝혔다.
총동문회는 글에서 “공직을 수행한 동문에 대한 기록 차원의 게시를 통해 충암인으로서의 족적을 남기고자 한다”며 “윤석열 동문에 대한 평가는 향후 역사의 몫이겠지만,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의 자리에 있었던 충암인의 여정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미우나 고우나 그는 충암의 아들임에 분명하며, 그 이름은 학교의 역사 속에 남을 것”이라며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이다. 수고하셨다”고 했다.
글 하단 댓글란에는 “총동문회가 내란에 동조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충암고학부모’라고 밝힌 한 댓글은 “재학생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때문에 학교 교복을 입지 못하고 다닌 게 얼마 전”이라며 “그렇게 자랑스러우시면 전광훈 목사 집회에 가서 자랑스럽다고 외치라. 충암고 이름을 내세워 재학생들을 또 힘들게 하지 말라”고 했다.
총동문회는 “많은 동문이 보내주신 날카로운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내란 음모 및 불법 계엄 논란과 관련하여 국민적 공분이 큰 사안에 대해 총동문회 명의로 예우적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이 올라간 것은 결과적으로 충암 공동체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총동문회는 “논의를 거쳐 비공개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후 3시 기준 게시글은 아직 공개 상태이다.
앞서 충암고 총동문회 회장단은 지난달 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에게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윤 이사장이 윤 전 대통령을 ‘부끄러운 졸업생’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 전체를 둘로 나눌 수 있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관해 윤 이사장은 자신의 정치 야욕으로 충암학원마저 갈라치기를 하는 매우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충암고는 윤 전 대통령(8회)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7회),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12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17회)의 모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