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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중인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민원실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처음 진행된 경찰의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막은 장본인이 다름 아닌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현재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대상인 기관의 책임자들이 수사를 막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법률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전날 대통령경호처 사무실, 경호처장 공관, 대통령 집무실, 비화폰 서버 등을 대상으로 시도한 압수수색에 대해 경호처는 처장 직무대리인 김성훈 차장,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의 명의 ‘불승낙 사유서’를 내밀었다. 형사소송법 110·111조가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해 압수수색을 할 땐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점 등을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대통령 경호처와 비서실의 책임자가 모두 거부하면서 특수단의 압수수색은 무산됐다. 경호처는 “특수단이 필요로 하는 자료는 임의제출하기로 협의할 것”이라고만 알렸다.

압수수색을 막아선 두 사람은 압수수색 목적이 된 범죄의 피의자다. 김 차장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정 실장은 12·3 비상계엄 해제 직후 윤 전 대통령과의 회의에 참석한 이유 등으로 고발당해 입건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법률 조항을 악용한 것으로 본다. 불승낙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110·111조는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제한하면서도 실체적 진실 발견을 보장한다. 이 조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영장 집행을 거부하지 못한다고도 규정돼 있다. 노태악 대법관이 대표 편집한 <주석 형사소송법>을 보면 ‘거부권이 남용될 경우 사법정의의 실현을 방해하므로 거부권의 적용 범위의 한계를 규정한 것’이라고 풀이돼 있다. 하지만 기관 책임자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승낙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법 조항을 근거로 압수수색 등을 거부한 사례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실과 경호처 정도뿐이다. 2017년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전후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이 법 조항 때문에 무산됐다. 당시 특검팀은 청와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냈고 법원은 수사기관이 행정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대상인 기관의 책임자가 압수수색을 불승낙하는 것은 ‘이해충돌’이 분명하다”며 “법 개정 등을 통해 해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응혁 계명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국가기관과 그 책임자가 범죄자로 의심받는 상황은 이 법이 애초에 상정한 경우가 아니라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며 “압수한 증거가 외부로 공개되지 못하도록 한 뒤 제한 조건을 완화하거나, 법원이나 국회 등 제3의 기관에 심사 권한을 두는 등의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막는 법의 목적 자체는 정당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책임자가 범죄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면 압수수색을 승낙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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