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실적 부진에 할인 정책
가전제품 판매액 1년새 5.9% ↓
‘가치 소비’ 중심 구독·렌털 선회
가전제품 판매액 1년새 5.9% ↓
‘가치 소비’ 중심 구독·렌털 선회
한때 품절 대란까지 일으켰던 영국 가전 기업 다이슨이 국내 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116% 급증했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 감소했다. 최근 다이슨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부 제품에 대해 10% 할인을 내걸었다. 높은 인기에 좀처럼 할인에 나서지 않던 과거 모습과 비교되는 행보다.
16일 다이슨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8% 감소한 5492억원, 영업이익은 30.9% 줄어든 169억원으로 나타났다. 다이슨코리아 연 매출이 줄어든 건 2018년 다이슨코리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재고자산(1278억원)도 전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다이슨의 부진은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이 필수 가전이 아닌 값비싼 가전에 지갑을 닫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때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다이슨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는 69만9000원으로 다른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과 비교하면 비싼 축에 속한다.
‘가성비’ 트렌드를 겨냥해 저렴한 대체품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프리미엄 제품 수요와 전체 판매액 감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 기준 쿠팡에서 헤어 스타일러 누적 판매량 1~10위는 모두 에어랩과 비슷한 외형과 기능의 제품들이 차지했는데, 가격은 2만~10만원대로 에어랩보다 훨씬 저렴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프리미엄 제품은 출시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도, 계속 높은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가성비 추구 수요, 국내 기업에 비해 부실한 사후관리(AS) 논란 등이 다이슨 실적 하락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슨 측은 재고 급증과 실적 하락에 대해 “재고자산은 제품 출시 일정, 마케팅, 공급망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동된다”며 “국가별 실적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프리미엄을 포함해 전체 가전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전제품 판매액은 30조5086억원으로 전년(32조4203억원) 대비 5.9% 감소했다. 올들어서도 1월 판매액은 2조2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2월은 2조1870억원으로 4.4% 감소했다.
이에 프리미엄 제품을 일시불로 판매하지 않고 빌려주는 형식으로 수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객이 매달 구독료를 내고 가전을 빌려 쓰면서 제품 점검 및 수리, 소모품 교체 등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지난해 LG전자의 가전 구독 매출은 전년 대비 75%가량 늘어난 2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2월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했다.
가전 렌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코웨이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보다 8%가량 증가했다. 이 교수는 “구독이나 렌털 사업 호조는 불황형 소비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 선호보다는 합리적 소비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