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미국 국채 투자’에 대해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여러 차례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투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내 경기에 미칠 부적절 영향을 예측하고, 대한민국 증시 하락과 경제 위기에 1억9700여만원을 베팅한 최 부총리에게 국민들이 분노한다”고 지적하며 이 총재의 의견을 물었다.
이 총재는 처음엔 답하지 못했고, 박 의원이 재차 입장을 묻자 “환율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앞서) 부총리가 말씀하셨듯이 공직자로서의 무게를 느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에둘러 답했다. 박 의원이 또다시 “부적절하지 않으냐”며 몰아붙이자 이 총재는 그제야 “의심을 살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최 부총리는 1억9712만원가량의 30년 만기 미국 채권 투자 상품을 보유한 사실이 지난달 27일 관보를 통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국채 보유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매도한 뒤 부총리 재임 기간 중 또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를 방어해야 하는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이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얻는 금융상품을 사들인 것이어서 ‘매국적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국채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미국 국채를 지난해 8월 금융기관 추천을 받고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2018년도부터 보유하고 있던 외화 예금으로 미국 국채를 매수하도록 금융기관이 제안했고 자신은 이를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다. 최 부총리는 “공직의 무게감을 느낀다”며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