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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외교상 불이익 구체적이지 않아”
미테구 “항소 안 할 것…대체부지 논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지난해 8월14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소녀상 앞에 꽃을 놓아두고 있다. 장예지 베를린 특파원 [email protected]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강행하려던 행정당국에 대해 법원은 ‘예술적 자유를 제한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일정 기간 소녀상 존치를 허가했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미테구에 설치된 소녀상을 올해 9월28일까지 존치하도록 명령했다고 16일(현지시각) 밝혔다. 지난해 10월,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미테구청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을 수용한 결과다. 법원은 “(미테구청의) 공공의 이익이 예술적 자유보다 우선한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테구청은 이날 한겨레에 “이번 결정에 항소할 이유가 없다”고 해 법원 판단을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법원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우려나 기존 관행’ 등을 들며 소녀상 철거가 정당하다는 구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소녀상 설치가 일본과의 외교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최초에 소녀상을 승인할 때 예측 가능한 사항이었다”며 “외교상 (불이익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예술적 자유를 제한할 순 없다”고 명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이 사안과 관련해, 외교 정책은 본질적으로 연방정부의 소관 사항이므로, 지방 구청의 권한 밖이라는 점을 법원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법원으 또 임시 조형물 설치는 최대 2년만 허용하는 관행이 있다는 미테구 주장에도 “(그러한) 행정 관행은 지금까지 일관적이고 공정하게 적용된 적이 없었다”며 2년 이상 존치한 조형물도 존재한다는 사례를 들었다.

다만 법원은 소녀상 존치 연장에 대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녀상을 무기한 허용할 순 없다며 존치 기한을 정했다. 이 기간 미테구청은 도시 내 예술 조형물 설치에 대한 규정과 지침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코리아협의회는 9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 신청 절차 등을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테구청은 법원 결정을 따르는 한편, 지금의 장소에 소녀상을 존치하는 대신 대치 부지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구청은 한겨레에 “행정법원은 공모를 통해 공공장소에 설치되지 않은 예술 작품은 임시적인 특별 허가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대체 부지에 관한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코리아협의회에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테구의 임시 조형물 설치 기한 규정도 강화될 전망이다. 미테구청은 “법원은 (최대 2년간 조형물 설치 허용) 관행을 강화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명확한 행정 명령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소녀상을 설치했던 코리아협의회는 판결을 환영하며,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해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코리아협의회는 “향후 법적·정치적 대응 방안을 조속히 논의하고, 단호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법원은 미테구가 “관행과 달리 소녀상을 공공부지에 계속 두는 것을 특별 신청 절차 없이 허용할 수 있었으나, 이 예술 작품의 구체적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철거를 추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고 코리아협의회는 부연 설명했다.

2020년 9월 1년 기한으로 처음 설치된 소녀상은 이후 2022년 9월까지 한 차례 연장이 승인됐고, 코리아협의회는 2022년 5월 추가 2년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구청은 그간 재량으로 설치를 ‘용인’해왔다며 2024년 8월 코리아협의회가 신청한 영구 설치를 기각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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