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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핵심 변수로 부상한 지지유보층 분석
김정하 논설위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권은 급속히 대선 모드로 전환됐다. 각 당의 주요 주자들이 잇달아 출마 선언을 했고 경선 룰과 일정도 확정됐다. 여론조사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갤럽 4월 2주(8~10일)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37%로 지난해 12월 3주(17~19일) 조사 때 37%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지난해 국회 탄핵(12월 14일) 직후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4월 4일) 직후에 최고치를 나타낸 건 단순히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 후보가 지금의 기세를 몰아 지지율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반면 보수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은 아직 뚜렷한 변화의 기미가 없다.

과거보다 지지유보층 훨씬 많아
진보는 결집, 보수·중도는 관망

무당층은 지지유보 72%나 돼
지지유보층 향배가 대선 관건

2030 맞춤형 공약 매우 중요해져
국민의힘, 중도 어필할 후보 낼까

지지유보층 30% 이례적
그런데 이번 대선 여론의 최대 특징은 과거 대선보다 지지유보층(지지후보 없음+모름·응답거절)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4월 2주 조사에서 지지유보층은 30%나 됐다. 이것도 그나마 꽤 감소한 수치로 4월 1주(1~3일)엔 38%나 됐다. 4월 2주 조사 시점은 대선 D-56~54였다. 2022년 대선 때 비슷한 시점(대선 D-57~55)에 실시한 한국갤럽 1월 2주 조사에서 지지유보층은 10%에 불과했다. 2022년 대선은 윤석열·이재명·안철수 후보 등 주요 주자들이 오래전부터 뛰어 지지층이 결집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지유보층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져 조기 대선이 실시된 2017년 대선 당시 3월 3주(D-56~54) 조사 때도 지지유보층은 18%에 불과했다. 대선을 5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 지지유보층이 30%나 나온 건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임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는 응답자가 지지 후보를 자유롭게 응답하는 주관식이다. 참고로 조사기관이 후보 이름을 무작위 순서로 불러주는 NBS 4월 2주(7~9일) 조사에서도 지지유보층이 27%(없다 21%, 모름·무응답 6%)에 달했다. NBS 4월 1주(3월 31일~4월 2일) 조사에선 지지유보층이 36%(없다 28%, 모름·무응답 8%)였다.

신재민 기자
지지유보층이 이처럼 많은 이유에 대해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국민의힘에서 독주하는 절대 강자가 없고, 누가 후보가 될지 아직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지지유보층을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엔 강경 보수층이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확신하고 조기 대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지지유보층 규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도층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여전히 강한 것도 지지유보층이 많은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 사법 리스크 부담을 크게 덜긴 했다. 그럼에도 자신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불식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절대 강자 없는 국민의힘 후보군
지지유보층은 끝내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지만 머잖아 지지 후보를 결정할 수도 있는 부동층이다. 어떤 당이든 선거 전략의 포커스는 이 지지유보층을 흡수하는 것에 맞추기 마련이다. 선거전에서 상대 당 지지자를 이탈시켜 곧바로 우리 당 후보를 찍게 만드는 건 대단히 어렵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지지유보층은 노력하기에 따라 포섭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지지유보층은 선거 운동의 ‘가성비’가 매우 좋은 전략적 타깃 그룹이다. 때문에 지지유보층의 특성을 파악하는 건 선거에서 매우 중요하다.

신재민 기자
우선 연령대별로는 단연 2030 세대에서 지지유보층 비율이 유독 높다. 한국갤럽 4월 2주 조사에서 지지유보층의 비율은 18~29세 55%, 30대 42%, 40대 21%, 50대 17%, 60대 22%, 70대 28%로 나타났다. 2030세대에선 두 명 중 한 명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젊은 층에서 지지유보층 비율이 다소 높긴 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2022년 1월 2주(D-57~55) 조사 땐 18~29세 20%, 30대 11%, 40대 9%, 50대 4%, 60대 5%, 70대 이상 16%였다. 2017년 3월 3주(D-56~54) 조사에선 19~29세 19%, 30대 17%, 40대 12%, 50대 13%, 60대 이상 28%였다. 지금 2030 세대가 기성 정치권에 대해 얼마나 불신이 큰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념성향별로는 4월 2주 조사 기준으로 보수 30%, 중도 31%, 진보 14%였다. 보수·중도층이 진보층보다 지지유보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은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의 흐름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현상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진보층은 이재명 후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지만, 보수·중도층엔 그에 비견할 만한 인사가 없다. 시계열로 보면 지난 2월 이후 보수층과 중도층은 30~41%대를 오르락내리락했으며, 진보층은 14~22%대를 유지했다. 〈그래픽 참조〉

신재민 기자
정당별 지지유보층 비율은 국민의힘 지지층(27%)이 민주당 지지층(14%)보다 두배 가까이 높았다.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 후보로 대선 후보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국민의힘은 독주하는 인물 없이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20%나 되는 무당층에선 지지유보층 비율이 72%에 달했다. 비슷한 시점의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 2022년 1월 2주의 정당별 유보층 비율은 국민의힘 3%, 민주당 5%, 무당층 35%였다. 2017년 3월 3주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22%, 민주당 6%, 무당층 50%였다. 2022년 대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2017년 대선과 비교해도 현재 무당층의 고심이 훨씬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엔 안철수·유승민 후보처럼 무당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중간지대 후보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할 인사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정도인데 아직 존재감이 크진 않다.

마음 줄 곳 없는 2030
그래도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지지유보층은 계속 줄기 마련이다.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고 난 이후 그런 흐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후보를 상대할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는 순간이 최대 변곡점이 될 것이다. 지금과 대선 구도가 유사한 2017년에도 3월 3주에 18%였던 지지유보층이 5월 1주엔 11%로 줄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가정하면 지금 30%에 달하는 지지유보층이 어떤 후보로 쏠리냐는 대선 판세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령대별로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2030 세대의 표심을 붙잡기 위한 정책·공약 개발이 매우 중요해졌다. 다만 2030 세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남녀 간의 성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쪽을 지원하는 공약을 냈다가 반대쪽의 반발을 사면 자칫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성향별로 본다면 진보층은 이재명 후보로 결집할 것이 분명하고, 보수층도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결국 그리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도층이 중요하다. 특히 국민의힘 후보가 이 중도층에 얼마큼 소구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그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이미지가 강한 오세훈·유승민 후보가 경선 불참을 선언한 것은 국민의힘에게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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