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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엔비디아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저사양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 엔비디아는 미국 땅에서 700조 원어치 AI 슈퍼컴퓨터를 생산하겠다고 ‘읍소’하다시피 했지만, 바로 그날 미국 정부는 이같이 통보했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AI 기술을 끌어올리면서, ‘저사양’ 칩도 미국을 겨누는 무기가 될 수 있어서다.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H20 중국 수출 제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미국 정부가 이를 예고했으며, 14일에는 이 조건이 무기한 적용된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그 여파로 1분기(2~4월) 실적에 총 55억 달러(약 7조8300억원) 비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20 재고와 구매 약정 등으로 인한 손실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 넘게 떨어졌다. 16일 한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1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H20용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3% 이상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면제 카드’ 왜 못 받나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 중국 관세 전쟁에서 애플은 제외됐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국대’ 엔비디아는 협상 카드를 내밀고도 제재를 못 면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일단 사업이 받는 타격의 정도가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지만,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13.1%다(2024년 2월~2025년 1월). 메타·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쓸어 담고 있어서 중국 비중이 제한적이다. 또한 아이폰은 소비재이지만 반도체는 각종 첨단 제품의 핵심 중간재로, AI 등 기술 안보에 직결돼 있다. ‘자국 기업 사정 봐주기’와 ‘중국 기술 견제’ 사이에서 미국 정부가 후자를 택한 셈이다.



“중국용 H20, ‘AI 추론’에 저사양 아니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대중 수출 제재를 실행하면서 반도체의 ‘연산 능력’과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기준 삼았다. H20은 엔비디아가 그 기준대로 성능을 낮춰 중국에 파는 AI 가속기다.

그러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같은 씽크탱크들은 “AI 추론용으로 H20의 성능은 결코 낮지 않다”라며 “H20의 중국 수출도 막아야 한다”라고 지난해부터 주장해 왔다. AI 훈련(모델 개발)에는 연산 능력이 중요하지만 추론(서비스)에는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중요한데, H20은 HBM3(4세대)을 장착해 충분한 성능을 낸다는 거다. 이런 주장은 지난 1월 중국 딥시크가 고성능 추론 모델을 내놓으며 힘을 받았다.



미국의 기술봉쇄 뚫어내는 중국
이번 H20 수출 제재는 중국의 기술 추격이 매섭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과 ASML·램리서치 장비 등 반도체·AI 개발의 필수 요소를 틀어 막았지만, 중국은 “칩 설계 아키텍쳐와 시스템을 혁신해 미국 규제를 우회하자”(중국 반도체산업협회)라며 전방위 기술 개발에 나섰다.

류민수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그간 드물었던 중국 본토의 컴퓨터 아키텍처 연구자가 최근 5~6년 새 급증했는데, 주로 AI가 초점”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컴퓨터 아키텍처 분야 3대 학회 ‘마이크로(MICRO)’의 올해 프로그램 위원장인데 “올해도 AI 연계 분야에 중국 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라고 했다. 첨단 GPU가 부족한 한계를 설계와 알고리즘 등으로 극복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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