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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도심동물들] <20> 대발생 곤충들

편집자주

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서울 은평구 일대 과일가게 안 참외 위에 붙은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위기의 도심동물들


도심 발생 곤충
과 관련해 지난주에만 '숲과나눔'이 주최한 토론회와 서울시 및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주관한 심포지엄이 연달아 열렸다.
도심 속 곤충이 대발생하기 시작하는 초여름
을 앞두고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과 곤충이 공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두 행사 모두
서울시의회
가 지난달 전국 처음으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
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게 화두였다.

해당 조례에는 '감염성 병원체를 매개하지는 않지만 시민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 또는 불편을 주는 곤충'을 '
대발생 곤충
'으로 정의하고, 서울시장은 '방제 시
친환경적 수단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가장 먼저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팅커벨)
와 같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익충
까지 시민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없앨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친환경적 수단'을 우선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지만
권고에 불과
하고,
친환경적
수단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는 것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가 없는 상황
에서의 방제는
생태계 파괴
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브버그·팅커벨 생태계에 꼭 필요하다는데

몸집에 비해 큰 날개를 가져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국립생물자원
에 따르면 짝짓기하는 암수가 꽁무니를 연결한 채 비행해
러브버그
라는 별칭을 얻은
붉은등우단털파리
는 2022년 서북부에서 처음 대발생이 보고된 이후 지금은 서울과 인천에 이어 외곽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몸집에 비해 큰 날개를 가져
팅커벨
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
의 경우 서울 성동구 성수동, 경기 남양주시 덕소리 등에 집중적으로 출몰하는데 러브버그보다 상대적으로 출현 지역은 좁다.

두 곤충 모두
도심에서 집단 발생하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
들이 많고, 그만큼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민원 건수는 2022년 4,378건에서 지난해 7월 기준 9,296건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두 곤충은 생태계에는 도움이 되는 익충
이다. 러브버그는 나무와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분해자 역할뿐 아니라 화분 매개도 하며 다른 생물의 주요 먹이원이 된다. 팅커벨은 2급수 이상 되는 깨끗한 물에서 살아 수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다. 유충은 하천의
유기물을 먹어 물질을 순환
시키고, 유충과 성체는 물고기와 새 먹이가 되면서 수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한 상가에 떼 지어 나타난 동양하루살이. 남양주시 제공


이 때문에 이른바 '친환경 방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상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먼저
라고 말한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은 "해당 곤충의 생태 습성을 이해하고, 현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인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으로 인한 인위적 조작은 되레 정착 과정에서
또 다른 부작용
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물의 개체 수는 증가, 감소를 반복하며 기준점을 찾아간다"며 "
민물가마우지, 멧돼지 등의 포획 정책 사례
는 인간의 섣부른 개입이 개체 수를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 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도 "기초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상 제거 방식은 또 다른 대발생을 낳을 수 있다"며 "예컨대 새로 대발생한 곤충이 익충이라고 보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찬호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는 서울시 조례가 다른 지자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연구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급박하게 추진됐다"며 "다른 지차체는 선례가 있어 따라가기 쉽다"고 지적했다.

2023년 6월 서울 은평구 한 주택가에서 구청 방역 담당자가 연무기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붉은색 원 안에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들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3년 6월 서울 은평구 한 주택가에서 구청 방역 담당자가 연무기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붉은색 원 안에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들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4년 곤충이 대발생한 지역. 네이처링,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은 러브버그와 팅커벨 등 곤충의 대발생 원인을 파악하면서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트랩 등 친환경적 관리(방제) 방안을 개발 중
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은 "2021년부터 곤충 대발생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중장기적 연구와 동시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위한 즉각적 대책도 필요
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곤충의 서식지가 아닌
대발생 지역 내 제한적 기간과 장소에서만 화학적 방제
도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연구관은 원칙적으로 "이미
화학적 방제를 해서는 안 된다
는 사회적 합의
가 이뤄졌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적 관리 방안을 연구하는 만큼
결과를 실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벌레는 끈끈이 롤트랩 사용으로 논란

서울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에서 발견된 대벌레 성충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은평구 봉산을 뒤덮었던
대벌레
는 사정이 좀 다르다. 대벌레는 사람에게는 해가 되지 않지만 식물 잎을 갉아 먹어
산림병해충
으로 지정돼 있다. 장마가 끝나면 다시 잎이 나는 활엽수를 주로 갉아 먹어 산림 훼손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나무 생장을 저해하고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은평구 봉산 나무에 설치된 끈끈이 롤트랩에 조류가 붙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봉산생태조사단 제공


서울 은평구 봉산에서 발견된 끈끈이 롤트랩이 털에 붙은 쇠박새의 모습. 봉산생태조사단 제공


은평구
는 대벌레가 약충(에벌레) 시기인 3, 4월 (산림청 훈령에서 친환경적 방제 방법으로 분류돼 있는)
끈끈이 롤트랩을 활용해 방제 작업
을 벌인다. 올해도 3월 말부터 끈끈이 롤트랩을 설치했다. 은평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9일 첫 발생 신고가 들어왔지만 올해는 15일 기준 아직 신고가 들어온 건 없다.

환경단체들은
끈끈이 롤트랩이 새나 다른 곤충 등에게도 심각한 피해
를 입힌다고 말한다. 봉산 생태계를 조사하고 있는
나영 은평민들레당 대표
는 "지난해 봉산에서 끈끈이를 설치했던 나무 중 122그루를 관찰한 결과
형성층까지 손상된 나무도 상당수
였다"며 "
새나 벌이 끈끈이에
달라붙은 흔적도 확인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은평구 측은 "끈끈이 트랩은 대벌레뿐만 아니라 매미나방 등 다른 산림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쓰인다"며 "산림병해충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끈끈이 롤트랩이 나무나 다른 생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인 만큼 이를 줄여나가야
된다
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벌레용 친환경 방제 방법도 개발
중이다. 박 연구관은 "대벌레병원성 곰팡이인 녹강균을 활용한 방법을 특허출원하고 대벌레 이외 다른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며 "광원 및 유인제를 활용한 관리방안 마련 등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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