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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알레르기 비염과 긴밀하게 연결
고령화 여파로 노인 천식 환자 급증세
완치 어려운 만성질환···꾸준한 관리 필수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젊었을 때부터 매년 이맘때면 콧물이 줄줄 흐르고 코가 막히곤 했거든요. 환절기에 흔히 겪는 알레르기 비염이려니 하고 넘기곤 했는데, 요즘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가슴이 조이는 것 같아 심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서경자(72·가명) 씨는 최근 지인들과 등산길에 올랐다가 갑작스럽게 호흡이 가빠지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평소에도 봄이 되면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 심해져 고생을 했지만, 병원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전문의와의 문진 및 진찰을 거쳐 폐기능검사, 기관지 유발 시험, 피부단자 시험 등 정밀검사를 받은 끝에 내려진 진단은 천식이었다.



◇ 휘파람처럼 쌕쌕거리는 소리, 천식의 전형적인 증상


천식은 기관지의 염증으로 인해 기관지가 반복적으로 좁아지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기도가 좁아지면서 기침,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마치 휘파람처럼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천명'은 천식의 특징적인 증상이다. 병원에서 천식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덜컥 겁부터 먹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천식을 앓는 주인공이 천식 발작으로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하거나 천식 환자가 늘 지니고 다니는 흡입기를 누군가에게 빼앗겨 가쁜 숨을 몰아쉬다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장면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실제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천식은 불치병을 앓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천식은 전 세계적으로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흔한 질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병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전 국민의 5~10%가량이 천식 환자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마스크 착용이 줄어든 데다 봄철 황사,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이 심화하고 비만·스트레스 등이 증가한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 천식·비염은 한가족…염증반응 확산해 천식 유발하기도


의료현장에서는 서씨처럼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다 천식으로 진행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얼핏 하부 기도 질환인 천식과 상부 기도질환인 비염은 별개의 문제라고 여기기 쉽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기도에 생긴 염증의 연장선상에서 두 질환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코와 기관지는 외부의 공기가 폐로 이동하는 일련의 경로이기 때문이다. 코에서 시작된 염증 반응이 기관지로 확산되며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의 연관성은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약 30~40%가 천식을 동반하고, 천식 환자의 약 70~80%는 비염 병력을 가지고 있다. 두 질환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황사, 미세먼지, 흡연 등 유발 인자도 상당히 유사하다. 계절적 변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가 흔하다보니 한쪽만 치료해서는 완전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 고령화에 노인 천식 환자 급증하는데…단순 노화로 오인하기도


문제는 천식의 증상을 알레르기 비염 뿐 아니라 호흡기계 다른 질환과 혼동한 나머지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노인들 중에는 숨이 차거나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도 단순한 노화로 여기거나 감기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은 흡연력이 있는 고령자에게 흔한데, 천식처럼 호흡곤란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엄연히 병태생리가 다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두 질환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천식-COPD 중복 증후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심장기능이 저하되서 발생하는 심부전 역시 운동 후 숨이 차거나 야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천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소아청소년에게 흔한 질환으로 여겨졌던 천식은 최근 노인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천식 환자 137만 3925명 중 65세 이상은 34만 5729명(25.2%)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춤하던 환자 수는 2023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덩달아 65세 이상 비율은 27%까지 올라섰다. 천식 환자 4명 중 1명이 노인 환자인 셈이다.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인 인구와 세대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노인들의 면역력과 회복력이 저하되고 비염, 감기 증상이 만성화되면서 기관지 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민주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운동 후 쉽게 숨이 차거나, 찬 공기에 노출되면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고 감기에 걸리면 한 달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면 천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며 “담배 냄새만 맡아도 숨이 차거나 쌕쌕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완치 어렵지만 일상 속 꾸준한 관리 필수


천식은 완치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하면 천식 환자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천식 치료는 흡입형 스테로이드 등 항염증 효과가 있는 조절제와 기관지 확장제 등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약물 강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감기나 독감, 스트레스 등에 의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에도 신경써야 한다.

전문적인 치료 못지 않게 일상 속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꽃가루가 많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KF94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흡연은 천식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감기나 독감은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예방 접종과 손 씻기 등 기본 위생 수칙도 철저히 지키도록 하자. 민주원 전문의는 “천식 환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기관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며 “비만한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체중 감량과 함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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