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직원, 강간등치상 혐의로 검찰 수사
피해 신고 6개월 뒤에야 '대기발령' 조치
"업무 많았고, 조사 결과 늦게 나와" 해명
피해 신고 6개월 뒤에야 '대기발령' 조치
"업무 많았고, 조사 결과 늦게 나와" 해명
게티이미지뱅크
전직 학회장이 재임 중 직원에게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토목학회에서 5년 전에도 또 다른 직장 내 성범죄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후배 직원이 상사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역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두 사건 피해자는 동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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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치상) 혐의를 받는 대한토목학회 사무국 직원 A씨를 지난달 25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넘겼다. 대한토목학회는 토목공학계 석박사 학위 취득자나 관련 국가기술자격 보유자 등 3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학회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경찰에 제출된 고소장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20년 10월 학회 행사를 마친 뒤 벌어졌다. A씨는 학회 직원들이 머문 호텔 인근 식당에서 직장 상사 B씨와 술을 마신 뒤, 각자 방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B씨 방문을 강제로 열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B씨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팔목에 멍이 드는 등 상해를 입었다. B씨는 일단 화장실로 대피했다가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 복도에서 큰 소리를 내 A씨를 쫓아냈다. 그러나 A씨는 계속 복도에 앉아 "비밀로 하면 안 되냐"는 메시지 등을 보냈다.
고소까지 4년이나 걸린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은 사건 당시 A씨 아내가 임신 초기여서 신고를 주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A씨가 B씨의 업무 요청 등을 무시하고, B씨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가담하자 공론화를 결심했다. B씨는 2023년 11월 당시 학회장으로부터 회식 중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2개월 뒤 고소했고 그 후유증으로 지난해 1~4월 병가와 휴직을 냈다. 그사이 몇몇 직장 동료들이 피해자인 B씨를 되레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해 해고를 요청했는데 A씨도 동참한 것이다.
전 학회장 강제추행 사건에서도 1년 넘게 사실 확인 조사에 나서지 않아 고용노동부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학회는 이번에도 늑장 대응했다. B씨가 지난해 10월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즉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는 두 달 뒤 고용부에 다시 진정을 제기했다. 신고 6개월 만인 지난달 20일에야 학회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게 '검찰 기소 시까지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대기발령은 공식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회는 또 징계 결과가 확정된 지 2주나 지나서야 피해자에게 통보했다.
학회 측은 조치가 늦어진 데 대해 △행사와 해외 출장 등으로 임원들이 바빴고 △제3자 기관에 조사를 맡기라는 근로감독관 지시에 따라 법무법인을 새로 섭외하다 보니 조사 결과가 늦게 나왔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기발령 조치가 미흡하단 지적에는 "(검찰 수사에서) 더 중한 내용이 나오면 중징계를 내려야 하는데 미리 징계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A씨는 본보에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섣불리 말씀드리는 게 매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