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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 A씨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서부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분양 사업 실패를 이유로 50대 남성이 80대 노부모와 처와 두 자녀를 모두 살해한 ‘용인 일가족 살해 사건’을 계기로 배우자와 자녀 살인 범죄도 존속살해처럼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현행 형법은 부모를 살해한 존속살해죄는 7년 이상 징역형 또는 사형·무기형으로 일반 살인죄(5년 이상, 사형·무기)보다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자와 자녀(직계비속)를 살해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는 상태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존속살해, 살인 혐의로 A씨(50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 실패로 인한 과다한 채무, 관련해 민사·형사 고소를 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삶을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가족들에게 채무를 떠안게 할 순 없었다”고 변명했다.

A씨는 지난 14일 늦은 오후 80대 노부모와 50대 배우자, 20대 딸, 10대 딸 등 가족 5명에게 수면제를 타 먹여 잠들게 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전형적인 목 졸림 사망”이라고 1차 구두 소견을 내놨다.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5명을 살해한 50대 A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사진은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15일 수지구 상현동 A씨 가족이 거주하던 아파트 모습. 뉴스1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범행 동기라고 자백한 대로 그가 민간임대 아파트 분양 사업을 벌인 광주 지역 경찰서엔 A씨에 대한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경제범죄 혐의 고소 사건이 60~80건 접수된 상태였다. 전체 범죄 혐의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부모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선 존속살해 혐의가 적용된다. 배우자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선 보통 살인죄를 적용한다. 부모 이외의 가족을 살해하고도 3년 이하의 유기징역을 선고받는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어 법정형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 범죄는 친밀한 관계 또는 가족 간에 종종 발생한다. 2023년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 피해자 291명 중 피해자가 범인의 배우자 또는 사실혼 관계인 경우 51명이었고, 자녀인 경우는 39명으로 배우자 또는 비속 살인 피해자가 전체 살인 피해자의 30.9%에 달했다.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로 2심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2023년 12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에선 배우자와 직계비속 살인을 가중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이 꾸준히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선 2022년 7월 국민의힘 이태규(비례) 의원이 미성년자인 비속을 살해한 경우 존속살해와 같이 가중처벌하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2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2월 존속살해죄를 규정한 현행 형법 250조 2항에 더해 배우자 및 비속살해죄 조항을 신설해 가중처벌하자는 형법 개정안을 냈다. 남 의원은 배우자 살해 가해자가 미성년 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재산권을 행사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민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남 의원은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형법과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반인륜적 범죄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계에선 보통 살인죄도 살인·무기징역 처벌이 가능하고, 친족 간 살인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학대 끝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각 사건의 사정을 잘 헤아려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1973년 최고재판소에서 존속살해죄 가중처벌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며 “악질적인 친족 살해 범죄에 대해선 보통 살인죄로도 최고형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비속살해죄 신설보다 존속살해죄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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