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월권’ 논란이 다시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16일 제동이 걸리면서다. 물론 아직은 가처분 신청 인용인 만큼, 헌법재판소가 한 대행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확인' 본안 헌법소원 사건을 판단한 건 아니다. 그러나 한 대행이 지명한 두 후보자에 대해 임명 절차가 중단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가 앞서 8일 왜 돌연 인사권을 행사하는 무리수를 뒀는지를 놓고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덕수 대망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자충수가 됐다. 대선 정국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헌재는 결정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당초 한 대행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밝힌 내용과 상반된다. 탄핵 기각으로 권한대행에 복귀한 이후 국정운영의 선봉에서 거침없던 그의 행보에 선명한 오점을 남겼다. 한 대행의 강점으로 꼽혀온 합리적 국정운영과도 거리가 멀다. 한 대행은 탄핵 정국에서 정부의 신뢰와 안정감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도리어 불필요한 잡음과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무리해서 인사권을 행사한 배경이 다시 입길에 오르는 것도 한 대행으로선 악재다.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가 탄핵이 됐을 정도로 권한대행의 역할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한 대행이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며 태도가 달라졌다. 이에 대해 한 대행이 국민의힘과 사전 교감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 배후설’까지 제기됐다.
헌재가 6·3 대선 전에 본안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한 대행이 책임론에 시달리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든 탄핵 카드를 빼내들 태세다. 재판관 후보자 지명 논란이 한 대행의 자격 시비로 번질 수도 있다.
당장 민주당은 한 대행의 거취를 거론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권한대행이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며 "헌법재판소에 내란 공범 혐의자를 알박기 하려는 인사 쿠데타였다"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한덕수의 망언이 가져온 나비효과"라며 "오히려 내란잔당을 진압할 동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헌법재판관 발표였지 지명은 아니었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은 한 권한대행은 당장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헌재를 겨냥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정당한 권한 행사조차 정치적 해석에 따라 제약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