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장관이 지난달 도쿄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한반도와 동·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戰域)으로 묶을 것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을 단일 군사 작전이 가능한 ‘원 시어터’(One Theater)로 설정, 중국 위협에 공동 대응하자는 구상이다. 미국도 환영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 한반도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안보 사안이 논의된 건 충격이다. 정부는 양국에 강력 항의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마땅하다.

일본 제안대로 한반도와 동·남중국해가 하나의 전역이 되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빼내 투입하는 게 쉬워진다. 한반도 분쟁 시엔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민감하고 중대한 안보 사안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협의된 건 동맹과 국가간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일본은 사전에 이를 우리에게 알리거나 의사를 물은 적도 없다.

원 시어터 구상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행보와 이어져 있는 것도 우려된다. 일본의 올해 방위비는 9조9,000억 엔(약 99조 원)으로, 몇 년 전 국내총생산의 1.0% 수준에서 어느새 1.8%까지 늘었다. 지난달엔 육상 해상 항공 자위대를 통합 지휘하는 작전사령부도 출범했다. 중국 억제가 급한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도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국가 리더십 공백 상황이라 하더라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연상될 정도로 황당하고 무도한 구상이 테이블에 올랐는데 전혀 몰랐다면 외교 안보 정보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미 미국은 잠정국방전략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장악 시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막는 걸 목표로 세웠다. 곧바로 미국과 소통해야 할 때 한국은 헤그세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에서 제외됐다. 16일부터 아시아 순방에 나선 션 오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고위관리도 일본은 방문하지만 한국은 건너뛴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한반도 안보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91 트럼프, 일본과 관세·방위비 패키지딜 시사…내주 한국에도 꺼내나 랭크뉴스 2025.04.17
44890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오늘 발표…증원 前 '3천58명' 유력 랭크뉴스 2025.04.17
44889 [사설]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 정지… 한 대행, 국정 안정에 힘쓰길 랭크뉴스 2025.04.17
44888 커져가는 싱크홀 불안에 …서울시, 지하 조사 장비 추가로 들인다 랭크뉴스 2025.04.17
44887 일격 맞은 '한덕수 차출론'... 단일화 외쳤던 김문수 '머쓱' 랭크뉴스 2025.04.17
44886 광주의 우려 “이재명 밀어야제…근디 무조건 파랑은 아니랑께”[진보심장 르포] 랭크뉴스 2025.04.17
44885 美관세대응 보폭 늘리는 현대차…무뇨스 "중장기 사업전략 재검토" 랭크뉴스 2025.04.17
44884 파월 "관세로 물가↑·성장↓…연준 양대 목표 달성 힘들 수도"(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17
44883 지갑 닫은 소비자… 콧대 꺾인 다이슨 랭크뉴스 2025.04.17
44882 "소변 잘 안 나오면 '이 병' 의심해 보세요"…방광에 소변 가득 차 있던 여성의 사연 랭크뉴스 2025.04.17
44881 푸틴, 머스크 극찬 "소련 우주 선구자 코롤료프 같아" 랭크뉴스 2025.04.17
44880 관세전쟁 속 '진짜 금값' 된 금값…국제 현물가격 사상 최고치 랭크뉴스 2025.04.17
44879 "돈 더 내고 이번 주에도 간다"…엔화 올라도 '일본 여행' 못 참는 한국인들 랭크뉴스 2025.04.17
44878 "여친과 싸우다가 너무 화나서"…강아지에 가스불 붙인 20대 '입건' 랭크뉴스 2025.04.17
44877 김민석 “한덕수, 대선 출마할 거면 관세협상 손 떼라…이완용도 아니고” 랭크뉴스 2025.04.17
44876 "43억 뇌물 받고 돈세탁"…전직 대통령 부부 나란히 '15년형' 받은 이 나라 랭크뉴스 2025.04.17
44875 삼성 “디딤돌가족,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사회적가족될 것” 랭크뉴스 2025.04.17
44874 대통령실 압수수색 또 불발…경호처 "비화폰 서버 포함 자료 임의제출" 랭크뉴스 2025.04.17
44873 바다·강과 어우러진 유채꽃 명소… ‘벚꽃엔딩’ 아쉬움 달래는 ‘유채찬란’한 노란 꽃물결 랭크뉴스 2025.04.17
44872 배우 공유 연상시킨다는 ‘무보정’ 김문수…“홍보 진정성 부각” 랭크뉴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