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첩사령부 과장이 “경찰에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체포조 의혹과 관련해 약 6시간에 걸쳐 구민회 국군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구 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14명 체포 명단을 전달받고 체포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 구 과장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정황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명단을 전달한 정황을 증언했다. 구 과장은 이날 “(계엄 당일 밤 11시께) 김대우 단장이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경찰 100명과 (국방부) 조사본부 100명 인원들 (온다고) 얘기가 돼 있으니 통화해서 어떻게 올지 확인해보라고 말했다”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14명을 전달받았으며 “체포조 1조는 이재명, 2조는 한동훈 등으로 조 편성이 됐다”고 설명했다. 구 과장은 ‘단장이 14명 체포를 지시했고, 수사권 있는 기관이 체포를 하고 방첩사가 이송 및 구금을 하는 지시였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구 과장은 경찰에게 체포와 관련한 명단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구 과장은 계엄 당일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과의 통화에서 “경찰 수사관 100명이 온다고 들었는데 명단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 지시에 따라 경찰에게 체포조 편성과 활동을 위한 100명 인력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취지다.
이어 “(이 계장이) ‘도대체 누굴 체포하는 것이냐’고 해서 ‘이재명, 한동훈이다’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피고인 윤 전 조정관 쪽이 ‘100명이 체포조가 아닌 (비상계엄에 따른) 수사본부 구성을 위한 인원이 아니냐’고 묻자 “수사본부 구성이 맞는데, 그 수사본부의 임무가 체포 명단 14명을 검거·호송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수사기획조정관 쪽이 ‘방첩사가 체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하자 구 과장은 “사실관계를 밝히고 싶을 뿐이지, 우리(방첩사)가 잘했고 경찰이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상황에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9일로, 체포조 의혹과 관련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구 과장이 체포조 명단을 말해줬다고 진술한 이 전 계장과 박창균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