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늘 헌재의 가처분 인용에 앞서 한덕수 대행이 내놓은 입장은 참 너저분해 보였습니다.
불과 8일 전에는 가장 깊이 고민해서, 사심 없이, 그것도 스스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분명히 밝혀놓고도, 이제 와선 당시의 지명 발표는 단순한 의사표시에 불과하고 법적 효력은 없는 거라며, 가처분 신청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 건데요.
하지만 헌재는 한 대행이 임명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한 게 맞다고 일축했습니다.
구나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지명 발표가 단순한 의사 표시에 불과하다며 법적 효력이 있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후보자 2명을 발표했을 뿐"이라면서 "행정기관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의 일부라 발표만으로는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겁니다.
효력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할 일도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가처분 신청을 각하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헌재는 이같은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 대행이 임명 의사를 공표함과 동시에 그 임명 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된 것"이라며 "한 대행이 국회에 청문회를 요청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기만 하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한 대행이 가까운 장래에 후속절차를 진행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노희범 변호사]
"내부적인 절차에 불과한 게 아니에요. 발표 행위 그 자체가 이미 공적인 권한 행사를 하겠다는 대외적인 의사 표명이거든요. 당연히 임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거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몫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임명권이 없다면 발생할 문제들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신청인뿐만 아니라 진행 중인 모든 헌법재판 사건 당사자들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고, 가처분이 기각되었다가 본안 사건이 인용될 경우에는 이완규, 함상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재 결정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며 헌법재판소 심판 기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권한대행의 역할은 현상 유지에 국한되기 때문에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은 직무범위를 넘어선 위헌이자 월권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편집: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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