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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기각시 발생할 불이익 더 크다 판단…'재판받을 권리' 침해 우려

"권한대행에 임명권 있는지 단정 못 해"…새 대통령 지명에는 영향 없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왼쪽),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선고가 열린 대심판정에 입장해 대기하고 있다. 2025.4.1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임명 절차를 강행하면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16일 후속 절차를 모두 정지시켰다.

헌재는 재판관 후보자 지명 행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할 긴급한 필요를 인정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헌법 해석상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몫의 재판관 임명권이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보류했다.

헌재는 우선 가처분과 헌법소원 본안 심판의 법적 요건을 검토한 뒤 "명백히 부적법하거나 이유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본안 사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지명'이 아닌 '발표'에 불과하므로 신청을 각하해야 한다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피신청인(한 대행)은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후보자(이완규·함상훈)에 대한 임명 의사를 공표함과 동시에 그 임명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다"며 "가까운 장래에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나아가 "가처분 인용을 통해 손해를 방지할 긴급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부적법한 재판관이 헌법소원을 심리한다면 당사자는 헌법 27조 1항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셈인데, 한 대행이 임기 6년의 재판관을 임명한 뒤에는 사실상 당사자가 다툴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헌법 27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재판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한다.

한덕수 대행, 헌법재판관에 이완규·함상훈 지명
(서울=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8일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왼쪽)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2025.4.8 [연합뉴스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본안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있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되면 헌재는 가처분 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따져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임시 판단인 가처분의 특성상 가처분과 본안 사건의 인용·기각 여부가 엇갈려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지명 행위의 효력을 정지했으나 한 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다고 결론 날 경우'와 '지명 행위의 효력을 유지했으나 한 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없다고 결론 날 경우'를 비교하면 후자의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게 헌재의 결론이다.

헌재는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그 불이익은 재판관 2인의 임명이 지연되는 것에 그친다고 봤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 뒤에도 헌재법에 따라 재판관 7명으로 사건의 심리·결정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중대한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가처분을 기각하면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헌재는 우려했다. 한 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해 재판관 2인이 합류했는데 사후에 한 대행에게 임명권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적법한 재판관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광범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자격 없는 재판관이 관여한 결정에 대해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저해되고, 재심을 불허하면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완규·함상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취임할 경우 헌재로서는 7인의 재판관이 동료 재판관의 자격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었다.

헌재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됐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며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핵심 쟁점인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향후 헌법소원 본안사건에서 결론 날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을 낸 김 변호사를 비롯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회 선출이나 대법원장 지명 몫을 수동적으로 임명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 지명 몫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을 행사하는 행위이므로 권한대행이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이 문제에 관한 판단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은 한 대행의 '지명 행위'와 그에 기초한 후속 임명 절차에 적용된다. 헌재 관계자는 6월 3일 치러질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새롭게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은 이번 결정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된다. 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때까지 헌재가 헌법소원 본안 사건을 선고하면 재판관 임명 절차가 재개되거나 아예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대선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새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 앞 경계 근무 계속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5.4.1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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