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결식 아동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울산 중구의 돈까스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헌법재판소가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한 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효력은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즉시 정지됐다.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권한이 없다는 게 헌법학계·법조계 다수 학설이라 본안 재판에서 한 대행의 두 후보자 지명 행위는 위헌으로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행의 지명 효력을 정지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법리에 충실한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다.
헌재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전제한 뒤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하여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하여 헌법재판을 받게 되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헌법재판의 규범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이날 한 대행의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건 아니다. 그것은 본안 재판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이날 판단에는 본안 재판에서 한 대행 행위가 위헌이라고 결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 위헌성 다분한 행위를 해놓고 한 대행은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할까봐 두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게 아니라 ‘지명 의사’를 표시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헌재에 보냈다. 한 대행이 지난 8일 “지명했다”고 직접 발언한 것, 총리실 보도자료에 ‘지명’이라고 적힌 것은 뭐란 말인가. 삼척동자도 비웃을 조악한 꼼수요, 헌재와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망동이다.
앞서 헌재는 한 대행이 국회 몫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한 대행의 이완규·함상훈 후보자 지명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한 대행이 헌법이 하라는 건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건 했다는 얘기다. 그래놓고 ‘한덕수 대선 차출론’을 즐기듯이 가타부타 침묵하며 대권 행보에 여념이 없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렇게 헌법과 국민을 우습게 알고 월권하는 사람은 단 하루도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 한 대행은 두 재판관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 후 사퇴해야 마땅하다.